목사는 성도들의 목양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좋은 목사는 세 가지 사역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교우를 가르치는 일,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일, 그리고 교인들의 심령을 돌보고 위로하는 사역이다. 세 가지 모두 만만한 것이 없다. 특별히 담임은 한 교회의 교우들에 대해 이 세 가지 사역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당연히 임무가 무겁고 고될 수밖에 없다.

권사님 한분이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목사님, 기억나세요? 목사님 청빙 때 제가 여쭤본 말씀이 있어요.” “뭐지요? 긴장해서 기억이 잘 없네요.” “우리 교회가 어렵고 교인들이 힘든데 잘 감당하실 수 있냐고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부족하지만 주님 주신 능력을 감당하겠다고 대답하셨어요.”

그렇게 물어보신 것은 아마 내가 안쓰러워 보여서인 것 같다. 목양이 미숙한 탓에 이런 일 저런 일로 고심하는 나에게 초심을 떠오르게 하시려는 마음인 듯하다. 그런데 정말 생각이 잘 안난다. 불리한 기억은 사람의 머리에서 쉽게 잊혀지는 것 같다. 일종의 방어본능이 아닐까? ^^;;

신앙성장반 3기를 시작했다. 10여명의 교우들이 모였다. 강의일정을 설명하고 1강을 나누었다.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먼저는 행복했다. 귀를 쫑긋 세우시고 강의를 듣는 모습들이 미소를 짓게 했다. 그리고 미안했다. 1기생들에게는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했고, 2기생들에게는 페이스 조절에 실패하여 죄송했다. 그런데 솔직히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가도 더 잘할 자신이 없다. 그 당시에는 최선이었다. 그러나 부족했다. 왜냐하면 내가 아직 여러모로 성장이 필요한 초보 담임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교우들이 지난 1년 반 동안 많이 참아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이도 어리고 경험도 미숙해서 때로는 불편하셨을 터인데 이때껏 불평 한번 없었다. 힘든 일이 몇 번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짜증 한번 없었다. 강의를 마치고 기뻤던 것은 조금씩 내가 나아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완벽한 목사는 아니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듯 느껴져 혼자 흐뭇했다.

요즘 말로 “자뻑 목사”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교인들의 인내와 사랑이 오늘보다 내일이 나은 목사로 만들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참 고맙고 또 행복하다. 나중에 주님 만나면 교우들 칭찬을 꼭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