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중 긴 굉음과 함께 문자 한통을 받았다. “7.1. 21:20 의정부지역 호우경보, 산사태, 상습침수 등 위험지역 대피 등 안전에 주의하세요.” 국민 안전처에서 날라 온 긴급재난문자... 그도 그럴 것이 하늘이 뚫린 것처럼 폭우가 쏟아졌다.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시간당 34mm가 넘었다고 한다.

“목사님, 큰일 났어요. 비가 교회 안으로 들어오려고 해요.” 장마인데 비가 오지 않아 올해도 이렇게 넘어가나 했다. 하지만 별러왔다는 듯이 퍼붓는 장대비에 교회 앞마당이 물바다가 됐다. 전도사님께서 급히 시청에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든 막힌 배수구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 교회 앞 배수구는 애물단지였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담배꽁초를 버리는 재떨이 내지는 주차장 길목에서 자동차를 괴롭히는 장애물이었다. 아침에 담배꽁초를 줍고 어긋난 맨홀뚜껑을 돌려놓을 때마다 차라리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하는 불평을 하곤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폭우의 습격에 막힌 배수구조차 이렇게 간절할 줄은 몰랐다. 잠시 후 배수구가 열렸다. 미친 듯이 흙탕물이 빨려 들어갔다. 성난 비가 교회 지방을 넘어서기 직전이었다. 정밀 다행이었다.

마음을 쓸어내리며 교회카페에 앉았다. 물이 빠진 앞마당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 영혼의 배수구는 제대로 준비되어 있는가?’ 좀 엉뚱한 표현일지 모르나 우리의 기도는 배수구와 비슷하다. 격정과 분노, 미움과 시기가 영혼을 침범할 때 주님께 드리는 기도는 마치 배수구처럼 더러운 감정들을 쏟아내 버린다. 그때서야 평안이 찾아오고 은혜가 내려온다. 기도만 살아있다면 어떤 폭풍도 두렵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쨍쨍한 하늘만 바라보며 홍수 걱정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영혼의 배수구를 준비하는 것에 소홀한 것 같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막힌 배수구를 다시 청소하자. 슬기로운 다섯 처녀의 지혜를 잊지 말자. 한국교회는 지금 긴 장마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