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워도 너무 춥다. 대한(大寒)이라 그런지, 나이가 그럴 때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기가 뼛속에 스민다. “여보, 그냥 좀 틀자.” “22도 맞춰났는데 뭐.” 아내는 나보다 추위가 강하다. 말로는 유럽에 오래 살아서 그런다고는 하지만, 웬만히 춥지 않고는 보일러 온도를 올리지 않는다.

“그냥 운동을 좀 해. 방에만 있으니까 더 춥지.” “이 추위에 어디 가서 운동을 해.” “왜 전에는 밤마다 천변을 걷더만...” 솔직히 손이 골절된 후부터였다. 이상하게 운동과 더 멀어졌다. 말은 곧 나갈 거라고 했지만 몸이 따르질 못했다. 아마 본능적으로 몸을 사린 듯싶다.

등 떠밀리듯 밖으로 나왔다. 정말 춥다. 조금 걷다가 면상으로 칼바람을 맞고는 뒤로 돌아 교회로 내뺐다. 예배당은 아직도 설날의 정적이 남아 있었다. 찬 바람 같은 더운 바람이 히터로부터 흘러나온다. 가만히 앉았다. 이 얼굴 저 얼굴이 떠올라 읊조리듯 기도를 드린다.

올 설은 다른 때보다 더 추웠던 것 같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고 처음 맞는 설이라 간만에 가족들이 모두 모이기는 했지만, 그래서 떠난 그 자리가 더 춥게 느껴졌다. 더구나 자식놈을 처음으로 멀리 보내야 하니 별일 아닌 척하려고 해도 문득문득 이상한 한기가 올라온다.

때마침 어머니께 전화가 들어온다. “별일 없으시죠?” “가고 나서 집 정리하고 누웠다.” “고생하셨겠네요. 힘드시면 병원 다녀오세요.” “괜찮다. 그런데 가고 나니까 좀 허전하네.” 믿을지 모르겠지만 목사 마음도 그렇다. 가고 난 그 자리가 더 크게 느껴진다.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들어가신 권사님... 믿음이 약해져 예배 자리로 나오지 못하는 집사님... 오해와 실수 때문에 마음이 상하여 교회를 떠나고 만 교우들... 이 추위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한기가 되어 한여름에도 마음이 시린다.

뜨거운 국물 한 그릇을 원샷했다. 속을 긁어내듯 맵싸하게 내려간다. “국물이 끝내주네요. 추위엔 국밥이 국룰이예요.” 뜨거운 기운이 밑에서부터 올라온다. 그래, 이렇게 추위도 지나간다. 입춘(立春)이 코 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