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일은 추수감사주일이다. 매년 이맘때면 돌아오는 절기지만, 이번 감사절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코로나19에 지친 교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이 잘 대응하고 있고, 선진국들이 모델을 삼을 정도로 선방한다지만, 우리가 느끼는 피로감은 여전히 낯설고 힘겹다. 안 가본 길을 걷고 있고, 앞으로 또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도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성도들에게 안부전화를 하면서도 조심스런 마음이 앞선다. 안전과 안정이 보장되지 않은 오늘을 살아가며 마음은 움츠려들고 생각은 어두워진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밝은 말, 좋은 말, 따뜻한 말이 입술에서 희미해져간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가 나를 영화롭게 하나니 그의 행위를 옳게 하는 자에게 내가 하나님의 구원을 보이리라(시 50:23)”

사라진 감사를 우리의 입술에서 다시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나아질 게 없는 현실 속에서 희망을 얘기하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신앙이란 게 원래 그렇다. 거의 비현실적이다. 믿을 수 있어서 믿게 된 것이 아니다. 의지할 만해서 의지하게된 것도 아니다.

우리의 신앙은 매일 상황을 극복한다. 어떤 환경도 넘어선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결국은 이루시는 하나님을 알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과 계획보다 더 좋은 것을 이뤄 가시는 주님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감사한다. 고통 중에 눈물을 흘리면서 감사의 씨앗을 뿌린다.

나 역시 그렇다. 많이 당황스럽고 혼돈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감사의 말을 잊지 않으려 노력한다. 실망하고 낙심한 상황 속에서도 억지로라도 이렇게 입술을 연다. “하나님, 그래도 감사합니다.”

한 주간 금식을 하며 우리가 감사절을 준비하는 이유는 잊어버린 감사의 언어를 되찾기 위해서다. 주님이 원하시는 감사의 제사를 드리기 위해서다. 하나님이 이루실 구원을 보기 위해서다. 나는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다. 감사로 제사를 드리는 자를 구원하실 주님을 여전히 신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