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태신앙인이다. 어머니 뱃속의 시간까지 합하면 얼추 반백년 동안 교회를 다녔다. 모태신앙인의 큰 장점은 꾸준하다는 것이다. 잠시 잠깐 방황이 있다 해도 대부분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로 돌아온다.

반면 모태신앙인은 못하는 게 많다. 그래서 ‘못해! 신앙’이라고 놀림을 받는다. 교회생활을 오래 한 탓에 매너리즘에 빠진다. 열정도 부족하고 믿음도 희미하다. 물론 삶의 어느 순간에 하나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갖는 경우가 있지만 극적으로 예수님을 만난 신앙 1세대들에 비해 뜨뜻미지근한 것이 사실이다.
 

사춘기 시절 입교문답을 하던 때였다. 이날 나는 내 신앙의 실체를 보았다. 목사님과 장로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그리고 성경의 핵심교리들을 가르치셨다. 잠시 후 주기도문을 외워보라고 하셨다. 그런데 예배 때마다 자동적으로 외우던 주기도문이 기억나지 않았다. 얼버무리다가 사도신경과 믹스가 되었다. 장로님이 웃으셨다. 그리고 이렇게 물어보셨다.

“예수님이 너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한 것은 믿으십니까?” 재미있는 것은 이 당연한 질문이 쑥스럽게 느껴진 것이다. 나는 콩알만 한 소리로 “네”라고 대답했다. 장로님께서 크게 대답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후의 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황스러움 외에는...

사춘기를 앓는 내성적 아이의 평범한 당황스러움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그때까지 나는 내 자신의 믿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교회를 다녔고 교회 가운데 성장하였고 교회에서 여러 교육을 받았지만 그 시간들이 내 믿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었다. 신앙은 배움이 아니라 고백이기 때문이다. 믿음은 앎이 아니라 삶이기 때문이다.

오늘 입교식을 준비하는 호원삼일교회 새싹을 만났다. 교육을 하고 문답을 하였다. 이젠 다른 위치에 서서 아이들의 신앙을 점검하는 내 모습을 생각하니 미소가 번졌다. 언젠가 내가 받았던 질문을 아이들에게 던지며 속으로 물었다. ‘나는 예수님이 구주되심을 믿는가?’ 아멘, 아멘... 마음의 고백은 우리를 새롭게 한다. 그리고 은혜를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