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인이다. 그것도 경상도 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무뚝뚝한 한국인이다. 겉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마음에 담아두는 것이 미덕이며, 있는 그대로 얘기하는 것이 옳다고 배워온 매력 없는 한국인이다.

신혼시절 아내와 자주 다투던 일이 있었다. 나의 무뚝뚝하고 냉정한 말투 때문이었다. 아내는 같은 말이라도 따뜻하게 해주길 바랬다. 일종의 ‘립 서비스’였는데 예를 들어 국이 그닥 맛이 없어도 정말 맛있다고 칭찬해주고, 옷 스타일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아도 멋있다고 얘기해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나는 있는 그대로를 군더더기 없이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었다. 국맛을 물어보면 전체적으로 조금 싱겁다고 지적하고 옷 스타일에 대해 질문하면 그런 옷은 당신 체형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꼬집어 말하였다. 아내는 같은 말이라도 예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체질 상 거짓말은 힘들다고 대답하면 정말 토라져버렸다. 그렇게 며칠 동안 냉랭하게 지낸 기억들이 제법 많다.

그때 나는 사랑의 언어를 몰랐다. 진실보다 더 진실된 사랑의 언어 말이다. 아내가 끓인 국맛이 싱겁고 옷 스타일이 별로일지 모르나, ‘사랑의 눈’으로 바라볼 때 싱거운 국이 맛난 국이 되고 별로인 스타일이 아름다움이 된다는 것을 잘 몰랐다.

우리의 말은 항상 ‘다큐’일 필요는 없다. 때로는 시를 쓰고 소설을 쓰는 여유로운 말이 소중할 때가 많다. 왜인가? 말은 마음을 담기 때문이다. 정말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영혼을 긍휼히 여긴다면 우리의 입술에는 딱딱한 진실을 넘어선 축복의 언어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습 3:17b)

이스라엘이 이쁜 구석이 있었던가? 배신과 반역을 반복하는 인생들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백성 때문에 아름다운 세레나데를 부르셨다. 사랑하기 때문에... 12월 한 달 모든 교우들이 이 노래를 함께 불렀으면 좋겠다. ‘진실을 넘어선 진심’을 느끼는 우리가 되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