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많은 국민들의 시선이 미국 할리우드를 향해 있었다. 배우 윤여정이 한국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개봉된 미나리는 정말 괜찮은 영화였다. 오죽하면 같은 영화 다시 보는 걸 싫어하는 내가 세 번을 넘게 봤을 정도다. 물론 밋밋한 면이 있다. 기승전결이 없는 잔잔한 진행... 그리고 뻔하기도 하다. 한번은 들어봄 직한 이민 1세대의 애환을 다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미나리가 명작인 이유는 꾸밈이 없는 진실된 서술과 엄마라는 굵직한 감동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감동에는 배우 윤여정의 오랜 연기 내공이 톡톡히 한몫을 담당했다.

“두 아들이 저한테 일하러 나가라고 종용한다. 그 잔소리 덕분에 열심히 일했더니 이런 상을 받는다.”

한 손에 트로피를 들고는 이렇게 유머를 던졌다. 영화 내내 연기가 자연스러웠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윤여정 씨는 홀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닥치는 대로 배역을 맡았다고 한다. 이런 절실함이 그녀를 배우 이상의 엄마로 성장시켰다. 그리고 이 진심이 영화 곳곳이 배여서 세계인들이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시상식 후 이어진 그녀의 인터뷰는 곧 어록이 되었다.

“오스카 탔다고 김여정 되는 것 아니다. 살던 대로 살 거다.”

“최고는 싫다. 모두 다 최중하면 안되는가?”

“절망스러운 순간이 뭔가를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때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수다처럼 내뱉었다. 그리고 이런 소탈한 수다가 사람들의 공감과 위로를 이끌었다.

마음 같아서는 여의도에 계시는 높은 분들에게 폭풍 링크를 해주고 싶었다. 배지만 달면 다른 사람이 돼버리는 그분들이 진심과 초심의 힘을 잊은 것 같아서이다.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나를 비롯한 한국 목사들이 들어야 할 얘기다. 식상과 진상으로 무너져가는 강단을 새롭게 하는 길이 진심과 초심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내가 상 탄 것처럼 기쁘다. 바라기는 한국교회 안에도 이런 기쁜 일이 일어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