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 맘카페 회원들을 분노케 한 사건이 있었다. 일명 “아기 첫 된장 사기사건”, 국내산 장단콩 100%, 저염식 가공, 첨가물 제로 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단숨에 온라인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성공의 뒤에는 아이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먹이고 싶은 열성맘들이 있었다.

젊은 엄마들이 이 된장에 유혹된 이유는 당연했다. 일단 인기 블로그와 SNS를 활용했다. 국산콩을 골라 메주를 만들고, 천일염을 넣어 장을 담그는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한정 할인가를 내세워 구매욕구를 자극했다. 된장에 감칠맛이 난다는 별 다섯 개 구매평이 이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된장은 없었다. 건강하고 맛있고 가성비 좋은 된장은 허구에 불가했다. 메주는 원산지가 어딘지도 모르는 콩으로 만든 국적불명이었다. 된장은 어떻게 가공했는지조차 불확실한 제조과정을 거쳤다. 웃픈 사실은 감칠맛의 비밀이 MSG 범벅의 중국산 된장이었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을 먹이려는 엄마들의 열망이 가장 나쁜 것을 먹이는 폭망으로 끝나버렸다. 씁쓸한 것은 업체사장이 사기로 조사를 받는 중에도 거짓말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홈페이지의 마지막 공지글이 “만들어둔 된장이 소진되어 햇된장이 잘 숙성될 때까지 잠시 쉬어가고자 한다.”였다. 이글을 보고 새 된장을 기다리는 소비자들도 적잖았다고 한다.

이런 사기사건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 역시 몇 년 전 가전제품 인터넷판매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그 일로 아내에게 몇 년을 혼났다.

자숙의 기간(?) 동안 복기해보니 실패의 원인을 알았다. 더 좋고 더 편하고 더 싼 것만 찾으려는 요행심리였다. 감칠맛 나는 건강한 된장이 있었던가? 입에 달콤한 양약이 있었던가? 고난과 인내 없는 진짜 신앙이 있었던가?

사실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유혹에 노출되고 만다. 그때를 떠올리니 갑자기 입이 쓰다. 오늘 저녁은 아내에게 된장을 끓여달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