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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나나를 뜯는 목사
작성자 samilchurch
작성일자 2023-04-29
조회수 241

며칠 전 이태원 한 미술관에서 1억 5천만 원에 달하는 작품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서울대 미학과에 재학 중인 남학생... 그리고 훼손된 작품은 현대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이었다.

이 사건이 세간에 화제가 된 이유는 피의자가 너무 당당했다는 것이다. 왜 작품을 훼손했는지 물었더니 대답이 이랬다. “아침을 안 먹고 와서요.” 그리고 피해를 당한 미술관 측의 태도는 더 이상했다. 어떻게 처리하겠냐는 질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말만 남겼다.

사실 “코미디언”이 훼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품이 처음 공개된 2019년에도 미국 마이애미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스스로를 배고픈 예술가라고 소개한 사람이 작품을 먹어버렸다. 그리고는 태연하게 맛있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은 테이프로 벽에 붙인 바나나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걸 전시할 생각을 했을까? 어떤 마음으로 바나나를 고가에 인수했을까? 미술계에서는 이를 개념미술이라고 말한다. 즉 바나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나나를 어떤 식으로 붙여야 하는지 그 개념을 전시한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작품에 대한 설명과 전시방법이 적힌 인증서를 판 것이다.

바나나를 벽에 붙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과정이다. 하지만 작가가 단 세 개의 인증서만을 허락했기 때문에, 똑같이 바나나를 벽에 붙여도 1억 5천만 원 짜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카텔란이 이런 말도 안되는 작품을 만들었을까? 그 이유는 매우 명확했다. 말장난 같은 작품들이 돈 장난 같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대미술시장의 모순을 조롱하고 싶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지금 가치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 장난이 진실보다 대우받고, 가짜가 진짜보다 평가받는 모순을 너무 쉽게 받아드리고 있다.

교회 역시 그러한 흐름을 거스르기는커녕 조용히 따라가고 있는 형편이다. 축복이 복음보다 환영받고, 감동이 감정에 무너지는 지금... 할 수만 있다면 나도 코미디언 같이 모순된 현실의 바나나를 뜯어 먹고 싶다. 우리는 지금 너무 은혜가 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