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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교회 앞 꽃나무
작성자 samilchurch
작성일자 2023-04-15
조회수 261

올해 꽃은 미쳤다. 갑자기 피고 갑자기 졌다. 좀처럼 함께 보기 힘든 목련, 진달래, 벚꽃이 다 같이 폈다. 예고도 없이 만개했다. 그리고 비가 왔다. 바람이 불었다. 그렇게 끝난 쇼타임... 언제 그랬나 싶게 꽃나무엔 잎만 무성하다. 거리에는 장렬히 전사한 꽃잎들이 널브러져 있다.

이상기온 때문이란다. 널뛰기하는 일교차 때문이란다. 어쨌든 지금은 잠잠한 시간... 조용히 한구석에서 철쭉들이 새날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천변에 길게 선 벚꽃보다, 산자락에 수줍게 피어난 진달래꽃보다 더 애정하는 꽃이 있다. 이뻐서가 아니다. 화려해서도 아니다. 그냥 정이 들었다. 손때가 묻었다. 바로 우리 교회 화단에 서 있는 복숭아나무... 올해도 가지에 꽃이 맺히길 기다리고 있었다.

“큰 나무는 잎사귀도 돋고 꽃봉오리도 맺혔는데, 작은 나무는 소식이 없네요. 아무래도 올해는 글렀나 봐요.” 집사님 한 분이 아쉬운 듯 복숭아꽃 소식을 전하셨다. 사실 나도 안다. 그래서 아침마다 잠시 쳐다보고는 이렇게 응원한다. ‘그래도 살아라. 그래도 피어라.’

내가 그 나무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다분히 감상적인 것이다. 꼭 우리 교회 같다. 큰 나무 뒤에 가려서 햇빛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 나무를 옮겨심다가 뿌리를 잘못 건드려 몸살을 앓았다. 더구나 한쪽 큰 가지마저 잘라져서 볼품이 없어졌다. “그래도 살 거예요. 기다려 보죠.”

비가 내렸다. 가는 가지 끝에 물방울이 맺혔다. 해가 뜬다. 바로 그 자리에 푸른 무엇이 보인다. 핸드폰을 꺼내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확대해본다. 아! 뭔가 달라졌다. 그래, 생명이 보인다.

결국 그 나무는 올해도 큰일을 해냈다. 잎이 돋고 꽃이 피고... 비록 무성하지는 않지만 그 모습 그대로 아름답다. 마치 나무 애비라도 된 듯 마음이 뜨겁다. 흐뭇하다.

이게 뭐라고 갑자기 가슴이 상쾌해진다.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갱년기가 심해졌나?ㅋ 그렇게 교회 앞 꽃나무는 오늘도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