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 옷 입기 싫어. 나 안 입을 거야.” “너 한번만 더 이러면 맴매한다.” 잠잠하던 아침의 고요가 이렇게 또 깨어진다. 유성기판 돌 듯 이삼일마다 반복되는 예지와 아내의 실랑이... 오늘은 “패션편”이다.

문을 열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심상치 않다. 예전 같으면 목소리를 높여 중재에 나서겠지만, 이제 그런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라는 삶의 지혜를 박해들(?)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사실 내게 토요일 아침이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주보도 완성해야하고 설교윤곽도 잡아야한다. 더구나 신앙성장반까지 시작해서 요즘은 더 여유가 없다. 2시간 같은 1시간을 활용해야한다. 하지만 글렀다. 빨리 전쟁이 끝나길 기도하는 수밖에... 정오가 되었다. 목소리가 잦아졌다. 아내 말씀하시길 “나 애들 외할아버지댁에 보내고 올게. 점심 차려놨어.”

현관문 닫는 소리... 안도의 한숨을 쉬며 거실에 나왔다. 그런데 이상했다. 여전히 마음은 콩닥콩닥... 머리는 어질어질... 잔상이 남았나싶어 뉴스를 틀었다. 트럼프가 시진핑과 화해를 했다. 북미고위급회담이 9일쯤 개최된다. 류현진이 소속팀에서 고액연봉 제안을 받았단다.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복잡하다. 머리 안이 쓰리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러지?”

분명 예지 때문이 아니었다. 트럼프 때문도, 북한 때문도 아니었다. 밥을 먹은 둥 마는 둥 시간이 되어 교회로 향한다. 차안에서 줄곧 질문을 던진다. “내가 도대체 왜 이러지?”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마음이 들렸다. “그래, 선거 때문이구나.” 준비를 하면 할수록 더 불안한 선거...

“뭐가 제일 중요하지? 나는... 우리 교회는... 뭐가 제일 중요한가?” 마음이 내게 되묻는다. 선거가 깨끗하게 끝나는 것도, 임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도, 교회가 성장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목숨 걸만한 것은 아니다. 내 영혼과 하등 상관이 없다. 주님의 관심은 항상 하나였다. “너는 얼마나 나와 친하니? 너는 얼마나 나를 사랑하니?” 요동치는 가슴을 내려놓았다. 마음의 풍랑은 점점 잠잠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