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시무하던 교회에서 교역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날이 있었다. 매년 봄가을마다 열리는 “교역자연합워크샵”이다. 이 날을 두려운 까닭은 지루하고 경직된 회의 분위기나 군기잡기식의 프로그램 때문이 아니었다. 이유는 일차적이었는데 몸이 너무 지친다는 것이다. 교역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프로그램은 다름 아닌 “설악산 등반”이었다.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바로 차에 오른다. 3시간을 달려 설악산 입구에 도착한다. 두부집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는 바로 산을 오른다. 그렇게 몇 시간을 오르면 정상에 다다른다. 좋은 공기 마시고 좋은 경치 보는 것이 무엇이 나쁘겠냐만 교역자들의 체력이 저질이라 감당이 안 되었다.

사실 정확한 출퇴근 시간이 없는 교역자들이 짬을 내어 운동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더구나 먹방에 가까운 심방이 이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뱃살이 부어오른다. 순살로 채워진 육신을 이끌고 산에 오르는 것-그것도 설악산이다-은 “고통의 행군”이다.

그런데 결국은 모두 정상에 오른다. 담임목사님께서 낙오자를 허락하시지 않기 때문이다. 늦더라도 모두 데리고 가신다. 체력이 조금 남은 사람이 앞에서 끌고 의지가 더욱 센 사람이 뒤에서 민다. 그렇게 정상에 올라서 밑을 바라보면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내가 이렇게 높게 올라다니... 우리가 드디어 해냈구나.”

설악산 등반이 공포인 것은 확실하나 분명 돌아오는 길은 기쁨이 있다. 해냈다는 기쁨... 함께 이루었다는 기쁨... 포기하지 않았다는 기쁨... 더구나 산에서 내려오면 목사님이 제일 맛있는 것을 사주셨다. 심지어 농담까지 건네시면 사기를 북돋아주신다. 그리고 그렇게 반년을 지낸다.

삼일가족은 분명 높은 산을 올랐다. 공사를 시작하며 진행하며 두려웠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올랐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함께 올랐다. 분명 지쳤다. 힘들었다. 하지만 감사하다. 기쁘다. 같이 이루었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고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기 때문에... 그리고 오늘 이 찬양을 부른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크신 은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