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현지사역자와 함께 방차(중국식 다마스)를 타고 소수민족마을에 방문했다. 2시간쯤 달려 도착한 곳은 말 그대로 첩첩산중 산골마을... 길이 험해서 차 천정에 머리를 부딪친 것만 몇 번... 작은 차에 어른 7명이 탔으니 기침 한번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마을 어귀에서 어르신 두 분이 고향에 계신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서계셨다. 작은 예배당에 앉아 대화를 나눈 후 교인들을 축복하며 기도했다. 할머니는 길을 나서려는 우리 손을 붙드셨다. 그리고는 손수 장만한 찬과 탕, 그리고 수북이 쌓인 밥을 내놓으셨다. 그렇게 예정에 없던 이른 저녁식사가 시작되었다.

할머니는 옆에 서서 밥 먹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셨다. 조금은 부담스러워 빨리 밥그릇을 비웠다. 바로 그때 기다렸다는 듯이 밥공기를 채어가셨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밥 한 사발을 소복이 채워오셨다. 난처한 마음에 선교사님께 SOS신호를 보냈다. “목사님, 다 드셔야 할 거에요. 아니면 많이 섭섭해 하세요. 그리고 이 고기반찬 다 드세요. 이분들 한 달 먹을 고기를 전부 내온 거예요.” 선교사님 말씀에 냉큼 고기 한 점을 들어 입에 넣었다. 잔 숨을 몰아쉬며 힘껏 밥을 밀어 넣었다. 할머니는 이내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다.

그렇게 과한 저녁식사를 마쳤다. 작별인사를 하고 차에 올랐다. 출발한 지 오 분쯤 지났을 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한참을 통화한 현지사역자는 선교사님과 심각하게 얘기했다. “목사님, 아무래도 또 식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저희 방문소식을 듣고 다른 교인이 초대했다내요.” “먹을 수 있을까요? 아무래도 전 힘들 것 같은데요.” “목사님, 먹는 것도 사역입니다. 사랑의 힘으로 드세요. 저는 이렇게 6끼 먹은 적도 있어요.ㅋㅋ”

십분을 달려 다시 한 가정을 방문했다. 비슷한 반찬, 비슷한 탕국, 그리고 비슷한 고기요리가 놓여있었다. 그리고 비슷한 미소를 지으시는 할머니 한분이 옆에서 밥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계셨다. 그날 밤 화장실을 몇 번 갔는지 모른다. 하지만 할머니의 미소가 생각나서 웃으며 배를 움켜잡았다. 배도 불렀지만 마음이 불렀다. 아마 오랫동안 꺼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