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지난 정부에 대한 실망이 워낙 컸던 탓에 새 대통령은 많은 지지와 기대를 안고 시작하였다. 연일 언론의 찬사가 쏟아진다. 아마 지금이 5년 임기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일 것이다.

그러나 첫 암초가 나타났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인사문제였다. 파격적이고 개혁적인 인물을 발굴해냈다. 하지만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 며칠 동안의 뉴스에 “위장전입”이라는 불편한 말이 반복되었다. 청와대에서는 인사공약기준은 원칙일 뿐 적용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같은 문제도 질에 따라 판단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것은 국민에게 약속한 5대 인사기준이 무너진 것이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리더가 얼마만큼 말을 아껴야 하는지, 그리고 이상과 현실의 간격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느꼈다. 대통령이 약속한 5대 기준은 목회자에게 적용하기도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준을 제시한 것은 새 정부가 추구하는 이상과 포부가 얼마나 다른지를 나타내기 위함이다. 어쩌면 이 말은 시작부터 거짓말이었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별다를 것 없는 낮은 기준을 제시했다면 욕부터 먹었을 것이다.

이런 고민은 목사인 내게도 항상 비슷하다. 나는 분명 이상주의자이다. 삶이 많이 따라주지 않지만 항상 높은 곳, 거룩한 곳을 바라본다. 그리고 거기에 오르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무너질 때가 많다. 교우가 걸릴 때이고 가정이 걸릴 때이다. 분명 아닌 것을 알면서 허락하기도 하고 끝이 좋지 않을 것을 예상함에도 마음을 접는다.

그날은 어김없이 잠 못 이루는 밤이 찾아온다. 혼자 화를 내고 미워하다가 절망하고 자책한다. 스스로를 용서하지도 교우를 품지도 못한다. 이런 자질로 어떻게 교회를 이끌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사직서를 쓴 적도 있다. 그렇게 밤이 지나면 다시 새벽이 온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강단에 서고 기도자리에 앉는다. “하나님, 이 밤이 끝나게 해주세요.” 주님의 대답은 항상 “침묵”이다. 어쩌면 신앙인이란 잠 못 이루는 밤을 사는 사람 같다. 이 밤은 한숨과 기도로 채워지지만 결국 희망이 잉태되는 시간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