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화한 봄기운이 사라지고 여름 더위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가다. 반면 새벽공기는 10도 중반까지 떨어질 정도로 쌀쌀하다. 강아지도 잘 안 걸린다는 오뉴월 감기 걸리기에 딱 좋은 날씨이다. 긴팔을 입어야할지 반팔을 입어야할지 고민되는 날씨이다.

작년 여름의 폭염이 기억난다. 더워도 너무 더웠다. 교회 에어컨 실외기가 열을 받아 터질 정도였다. 양철지붕으로 열기가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았다. 그렇게 더위와 싸우며 7, 8월을 보냈다.

더위가 끝날 즈음 태풍이 올라왔다. 교회카페에 차오른 물을 매일 닦았다. 교회 앞 하수구가 역류하여 문턱까지 올라왔다. 긴장하며 교회에서 밤을 보낸 적도 있다. 시청 수도과에 전화를 걸어 항의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여름 우리 교인들은 용사들이었다. 더위와 폭우 가운데서 예배의 자리를 지켰기 때문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나 이번 여름은 작년보다는 덜 덥다고 한다. 농사 짓는 분들에게는 미안한 소식이지만 마른장마까지 예상된다. 일기예보로 봐서는 한결 마음이 가볍다. 하지만 우리가 올 여름에 싸울 싸움은 더 크다. 왜냐하면 교회지붕을 다시 올려야하기 때문이다.

외미마을 형편 때문에 큰 공사가 어렵다. 어쩔 수 없이 느리고 더딘 방법으로 지붕을 올려야한다. 가격대비 만족도를 따진다면 별로 흥이 안 나는 공사이다. 하지만 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계속되는 누수와 전기합선 때문에 안전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공사를 놓고 장로님과 많은 고민을 했다. 건축위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생각을 짜내었다. 결론은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 하나님께 맡기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도로 채워야한다.

금요기도회 때 상황을 설명 드렸다. 권사님들이 입을 모아 말씀하신다. “목사님 함께 기도해야죠.” 그렇다. 교회는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니 기도로 짓는 것이 당연하다. 이를 위해서 화목기도회를 시작하려한다. 말 그대로 화목한 공사 화목한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