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공기 좋은 날이 계속 되고 있다. 마음껏 창문을 열어놓고 환기를 시킬 만큼 최고의 날씨, 최고의 공기이다. 나에게는 그날의 날씨를 판단하는 나만의 측정법이 있다. 새벽예배를 준비하러 나갈 때마다 사패산을 바라보는 것이다.

어떤 날은 또렷이 산세와 산색이 보인다. 그날은 마음껏 봄볕을 즐길 수 있는 날이다. 반면 다른 날은 뿌연 하늘에 가려 사패산 정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이들에게 말한다. “마스크 쓰고 가라. 오늘 날이 안 좋다.” 이 측정방법이 과학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름의 정확도 있다. 비록 측정기를 사용하지 않지만 다른 사물을 통해서 날씨를 보기 때문이다.

비약일지 모르나 영적 세계도 비슷한 것 같다.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교우들의 영적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섣부른 판단은 큰 상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믿음이 쉽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믿음이 있는 척, 영적으로 문제가 없는 척 가장할 수 있다. 그것이 인간이다.

하지만 목회경험이 쌓이면서 교우들의 영혼을 볼 수 있는 측정법을 갖게 되었다. 영분별의 은사나 데이터에 의한 분석이 아니다. 일종의 교감이며 확신이다. 100%의 정확도는 아니지만 참고할 수 있는 수준은 된다.

내가 교우들의 영혼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때는 바로 “예배시간”이다. 특별히 예배드리는 교우들의 “눈”을 볼 때면 뭐라 설명할 수는 없는 교감을 느낀다. 마치 새벽에 바라보는 사패산처럼 말씀을 대하는 성도들의 눈 속에서 영적인 날씨와 삶의 질고들을 바라볼 수 있다.

부끄럽지만 “사랑”이 영적인 눈을 여는 열쇠인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우리 교우들의 일기예보를 발표하자면 “흐림 후 맑음”이다. 비록 굳은 날씨가 이어질지라도 결국은 하나님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온다. 일기예보는 가끔 틀릴 수 있다. 하지만 교우들을 향한 소망의 끈은 쉽게 놓쳐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