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어린이날이 다가왔다. 아이들과 무얼 할까 고민했다. 마음 같아선 눈 딱 감고 1박 2일 여행을 다녀올까 싶었지만 이런저런 사역들이 눈에 밟혀 가까운 곳에 나들이 가기로 했다. 장소를 물색하고 장인어른께 연락을 드렸다. 요셉이와 예지는 흥분한 채 미리 어린이날을 시작했다.

아뿔싸, 문제가 생겼다. 멀쩡하던 왼쪽발이 갑자기 붓기 시작했다. 몇 년 전 발에 심한 염증이 생겨 입원한 적이 있다. 코끼리발처럼 부어오른 발을 올리고 일주일 동안 절대안정을 취했다. 이미 겪어본 느낌이라 바로 병원에 갔다. 아니나 다를까 담당의사가 같은 판정을 내렸다. 입원을 권유하는 걸 집에서 한번 견뎌보겠다고 했다. 항생제 주사를 세게 한방 맞고 약을 한 다발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 병이 맞대지?” 아내가 묻는다. “어, 그렇다네.” “그러면 꼼짝 못하겠네.” 하필이면 어린이날 이브에 침대신세를 지게 될 줄이야. 함께 하기로 한 모든 계획이 취소되었다. 아내는 혼자 아이들을 데리고 가까운 놀이공원에 갔다. 나는 그렇게 의도치 않은 휴식을 얻게 되었다. 그렇지만 매우 불편한 휴식이었다. 아내에게 미안하고 애들에게 면목이 없었다.

나들이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들떠 있었다. 많이 좋았던 모양이다. 반면 아내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잘못 입을 열면 혼날 분위기라 말을 줄였다. 예지가 침대로 뛰어온다. “아빠, 잘 있었어요? 발이 괜찮아요?” “엉, 예지 때매 금방 나을 것 같아.” “아빠, 제가 기도할게요. 하나님, 우리 아빠가 발이 아픕니다. 발이 너무 아프면 발을 잘라야한답니다. 아빠 발이 빨리 낫게 해주세요.” “예지야... 어... 고맙다.” ^^;;

어떤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낀다. 아마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아이를 양육하며 사랑을 배운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 마음을 깨닫는다. 훗날 아이들이 나를 어떻게 기억할까? “엄마보다 나은 아빠”는 기대도 않는다. 단지 “나를 사랑하는 아빠”로 추억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발 한쪽을 잘라줘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붓기가 내리면 아이들과 꼭 나들이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