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기념일이 많은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근로자의 날, 성년의 날 등... 이래저래 등록된 날들만 세어보아도 8개가 넘는다. 왜 유독 5월에 기념일이 많은 걸까? 인터넷에 검색해보아도 명확한 대답이 없다. 그나마 설득력 있는 주장은 “우연의 일치”

나의 짧은 판단으로는 5월만큼 날이 좋을 때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볕도 좋고 꽃도 좋다. 가끔씩 고약한 황사가 다녀가지만 그래도 맑은 날에 환한 아침은 우리의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 좋은 날에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가족”일 것이다. 그래서 가정의 달이 된 것이 아닐까?

한 취업포탈사이트에서 직장인 500여명을 대상으로 5월 기념일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결과가 씁쓸했는데 10명 중 7명 이상이 기념일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으며, 이중 2명은 현금서비스 같은 소액대출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빠듯한 살림을 늘릴 수도 없고 가족을 안 챙길 수도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내린 고육지책 같다. 마음만으로 부족한 가정의 달인 것이다.

예지는 나를 이런저런 별명으로 부른다. “나무늘보, 북극곰, 먹보괴물...” 대부분 움직임이 적고 식욕은 높은 동물들이다. 반성을 해본다면 집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보다 침대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다. 가끔씩 같이 마트에 가서 작은 장난감을 사주거나 푸드코트에서 맛난 간식을 사주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확실한 한 가지 사실은 아이들은 돈보다 시간을 원한다. 자신과 눈을 마주치고 놀아주는 아빠를 원한다.

부모님의 경우도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어버이날 베스트 아이템은 “현금”이다. 어떤 분들은 돈으로 꽃다발까지 만들어서 드렸다고 한다. 하지만 현금만큼 중요한 것은 들어주는 마음 같다. 부모님은 우리가 들어주기를 원하신다. 마음을 알아주기를 원하신다. 살아온 인생과 얽히고설킨 상처 때문에 그것이 어렵다. 그래서 쉬운 현금을 택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5월만이라도 가족과 따뜻한 시간들을 가지면 어떨까 싶다. 나부터 아이 손 붙잡고 놀이터라도 가야겠다. 무리한 대출보다 따뜻한 대화가 낫다. 저렴하고 행복하기까지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