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고난주간이 다가오면 머리가 조금씩 복잡해진다. 기독신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십자가에 대해 전해야하기 때문이다. 순전한 복음을 전하는 것이 고민이라는 말 자체가 불경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은 익숙한 것을 쉽게 넘기기 마련이다. 아무리 귀중하고 가치있는 것이라도 우리의 못된 버릇은 예외가 없는 것 같다. 심지어 복음에 대해서까지도...

특새를 준비하며 말씀본문을 찾는데 며칠을 소요했다. 결국은 매일성경을 따라가기로 했다. 감동적인 소재를 찾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기획하고 짜내기보다 말씀 앞에 그대로 서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예상대로 교우들의 힘든 얼굴이 눈에 띠었다. 격려하고 동기를 부여했지만 마음속에 부담이 커졌다. ‘다른 본문을 찾을 걸 그랬나?’

주어진 본문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 다른 자료를 찾기로 했다. 제일 만만한 것이 영상인데 고난주간 영상이라는 것이 대부분 거기서 거기였다. 두 시간 넘게 Youtube를 뒤지다가 영상자료를 찾았다. 영상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편집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예지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빠 뭐해요?” “어 내일 볼 영상 만들고 있어.” “무슨 영상이에요. 저도 보여줘요.” “그래? 예수님 영상인데 좀 힘들텐데 괜찮겠어?” 아이가 보기에는 넘칠 수 있는 영상이었다. 채찍에 맞으시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그래도 이건 사실이고 진리니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잠시 후 예지에게 격한 반응이 나타났다. 눈을 가리고는 막 울기 시작했다. “아빠 예수님이 많이 아파요. 나 때문에 고난을 당하셨어요. 내가 죄를 지어서... 예수님 죄송해요.” 갑작스런 예지의 눈물에 당황했다. 그리고 그 당연한 말들이 가슴에 꽂혔다. ‘그래 주님께서 나 때문에 고난을 당하셨지. 그런데 나는 왜 이리도 담담할까? 내 눈물은 어디로 갔을까?’

말씀준비를 멈추었다. 준비할 것은 말씀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잃으니 감격도 잃고 눈물도 잃었다. 그리고 자칭 신앙인이라는 껍질만 남아버린 것 같다. 주님께 많이 죄송했다. 최소한 이 부분에서만큼은 예지가 나보다 낫다. 눈물이 있는 신앙은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