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후세대 역사학자들은 2017년 한해를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로 기억할 것 같다. 대통령 측근들의 국정농단, 천만 명의 촛불집회, 사드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 최고 권력자 탄핵, 그리고 세월호 인양 등... 연이어 터지는 사건사고들 가운데 나라의 앞날이 풍전등화 같이 위태롭다. 더구나 대선을 앞두고 국론까지 분열되어 있으니 나라걱정을 하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기도가 나오는 불안한 상황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여러 원인들을 찾을 수 있겠으나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리더십의 부재일 것이다. 국민들의 상한 마음을 보듬고 나누어진 공동체를 끌어안을 큰 지도자가 없다. 대선을 앞에 두고 각 당의 후보들이 자신의 자질과 지도력에 대해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 다수가 느끼는 리더십에 대한 불신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한 국가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은 “서번트 리더십”, 즉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지도력이라고 나는 믿는다. 진정한 헌신을 위해서는 대통령 자리가 아니라 국민을 사랑해야 한다. 사랑 없는 리더십은 아무리 멋있게 가장하고 도색하여도 곧 티가 나기 마련이다. 국민애보다 자기애가 강한 리더십은 또 실패하고 말 것이다.

얼마 전 수원지법에서 의미 있는 판결 하나가 내려졌다. 세월호 순직교사의 국가유공자 등록에 관한 결정이었다. 25살의 앳된 여교사가 침몰하는 배 안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을 건지고 자신은 희생했다.

여교사의 어머니는 TV를 보고 놀라 급히 딸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여교사는 이 한 마디를 남기고 어머니의 전화를 바로 끊었다. “엄마, 미안 애들에게 구명조끼를 입혀야 해.” 학생들에게 침착하고 용기를 내라며 구명조끼 입히던 전선영 선생님은 정작 자신은 구명조끼를 입지 못했다. 며칠 후 3층 출입문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구조된 선원은 그녀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을 다 올려 보내고 힘이 빠져 모든 것을 포기한 것처럼 앉아있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전 선생님의 마지막 헌신과 희생을 기억한다면 세상은 많이 달라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