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3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었다. 예지 역시 지난주에 유치원 6세반에 출근했다. 감사하게도 거리가 있는 유치원을 다니다가 이번에 가까운 곳으로 옮겼다. 병설유치원인데도 불구하고 스쿨버스를 운행하니 더 이상 등하교를 시키지 않아도 된다. 한시름 놓은 셈이다.

“예지야, 새로운 유치원은 훨씬 좋은 데야. 학교도 크고 친구도 많고 선생님도 엄청 좋으셔.” 신이 난 엄마는 예지와 함께 등원의 기쁨을 나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엄마 나는 그 유치원 가기 싫어요. 옛날 유치원에 다닐래요.”

이렇게 저렇게 예지를 달래던 아내는 결국 내게 SOS를 쳤다. 나는 예지를 불러 조용히 설득하기 시작했다. “예지야 새 유치원 앞에는 진짜 좋은 문방구가 있어요. 거기에 예지가 좋아하는 과자며 카드며 장난감이며 엄청 많아요.” 하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아빠, 그래도 옛날 유치원 다닐래요.” 어쩔 수 없이 거래를 했다. “그럼 새 유치원 가면 예지가 해달라는 것 꼭 하나 들어줄게. 약속~” 예지 왈 “그래도 안 갈래요.”

도대체 마음을 바꿀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유를 물었다. 예지의 대답이 흥미로웠다. “아빠 용기가 없어요. 너무 부끄러워요. 무서워요.” “그래? 그럼 아빠하고 용기를 찾아볼까?” 두 손을 모으고 같이 기도를 했다. “예지야 좀 어떠니?” “음... 똑같아요.” 이제는 머리에 손을 얹고 안수기도를 했다.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명하노니 예지 마음에 용기가 생길지어다... 예지야 좀 어떠니?” “음... 쪼끔 생기는 것 같아요.”

다음 날 새 유치원에 등원한 예지는 하지만 점심도 채 되지 않아 울상이 되어 돌아왔다. “새 유치원 가기 싫어요.” “예지야, 어제 아빠랑 기도하고 용기가 생겼다고 했잖아.” “아빠, 그런데 밤이 있던 용기가 아침에 없어졌어요.”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다시 예지를 달랜다. “예지야, 예수님은 언제나 예지 마음에 계셔. 그리고 용기를 주신단다.” 잘 생각해보니 주님께서 내게 하시는 말씀 같았다.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시며 힘과 용기를 주시는 하나님, 그래 항상 잊지 말자. 용기가 없어질 때마다 꼭 기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