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 있다. 멀쩡한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 서로 등을 밀어주는 그림이다. 요셉이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나 역시 그런 꿈을 꾸었다. 쥐방울만한 녀석이 점점 자라나기 시작했다. 배밀이를 하다가 기기 시작했고 어느새 일어서더니 걷고 뛰기까지 했다.

요셉이가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나도 아들한테 등 한번 밀려보는 날이 오겠구나.” 그 바람은 현실로 나타났다. 5살이 되던 날, 엄마를 따라 여탕에 가던 녀석을 처음으로 남탕에 왔다.

옷을 벗기고 샤워를 시킨 후 머리부터 발끝까지 때를 발겨내었다. 뽀얀 얼굴이 드러날 때까지 씻겼다. 샴푸를 가지러 잠시 자리를 비웠다. 아뿔싸... 큰일이 터졌다. 작은 탕에서 놀던 요셉이가 아빠를 쫓아 달려오다가 바닥을 헛딛고 뒤로 자빠진 것이다. 아이의 비명소리... 당황하여 뒤를 돌아봤다. 바닥에 누운 요셉이 머리 밑으로 핏물이 흥건히 번졌다.

아이를 안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생전 처음 엑스레이를 찍고 CT촬영을 했다. 다행히 머리에 큰 손상은 없었다. 찢어진 뒤통수를 다섯 바늘 꿰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아내에게 할 말이 없었다. 그날 나는 속으로 다짐했다. 다시는 요셉이와 목욕탕에 오지 않겠다고... 이후 몇 년 동안 사우나를 가지 않았다. 핏물이 탕 바닥에 퍼지는 영상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주에 다시 요셉이와 목욕탕을 갔다. 그리고 제법 머리가 굵어진 소년 요셉이가 드디어 내 등을 밀었다. 정성을 다해 조밀하게 등을 닦는 요셉이...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솟구쳤다. 요셉이의 작은 손등에 지난 충격도 상처도 잘 기억나지 않았다. 단지 이만큼 자라난 요셉이 때문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나도 하나님 등을 밀어드려야겠다. 하나님 마음을 기쁘게 해드려야겠다.” 엉뚱한 생각일지 몰라도 주님께서 기뻐하실 생각에 피식 웃었다. 진짜 등을 미는 일을 할 수 없지만 그런 마음을 예배하고 섬겨야겠다. 등을 미는 성도... 기뻐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의 로망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