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로 이사 오면서 아내가 겪게 된 새로운 경험이 있다. 바로 예지의 긴 겨울방학이다. 예전에는 사설 어린이집을 다니던 탓에 방학은 고작 한 주 정도였다. 하지만 의정부에 와서 예지가 병설유치원에 가면서부터 방학 기간이 거의 한 달에 가깝게 늘어났다.

아내는 먼저 강의준비 걱정을 했다. 대심방을 함께 하고 새 학기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지를 챙기다 보면 분명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것이 뻔하다. 뿐만 아니라 집에 그냥 데리고 있자니 아이가 불쌍하고 누구에게 맡기자니 만만치가 않아서 조용한 말로 짜증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그렇게 예지의 방학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대심방기간도 시작되었다. 결국 우리 부부의 선택은 예지를 심방에 데리고 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루 이틀을 지내다 보니 예지가 어느새 교우들의 가정을 방문하는 심방대장이 되었다.

새벽에 조용히 방문을 닫고 새벽기도를 가려면 예지가 울면서 방을 나온다. 그리고 꾸역꾸역 옷을 챙기고는 함께 교회로 출동한다. 교회에 도착한 예지는 엄마 옆에 누워 잠을 청한다. 기도를 마칠 즈음 예지는 잠을 깨고 집에 돌아와 다시 쪽잠을 잔다. 그리고 10시쯤 되면 큰 기지개를 펴고 예지는 다시 일어난다. 얼굴단장, 옷단장 후 교회 스타렉스에 올라탄다. 철원이고 청학리이고 심방대장 예지가 가지 않는 곳은 없다. 심방스케줄을 마치고 귀가할 즈음 예지 손에는 과자 한 봉지가 들려 있다. 그 모습을 보며 한 권사님께서 말씀하셨다. “예지 오늘 수금 잘했어요?”

목회자 자녀는 사역자가 꺼리는 3대 기피성도이다. 아마 교회의 생리를 너무 잘 알고 교회 안에서 많은 아픔도 겪은 탓이리라. 어린 나이에 비해 감당하기 힘든 경험을 한 것이다. 바라는 것은 심방대장 예지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잘해야 한다. 좋은 목사로, 좋은 아빠로, 안과 겉이 똑같은 신앙인으로 예지 앞에 있어야한다. 또 하나의 숙제이다. 올해 심방도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