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 집에는 어머니가 큰 맘 먹고 장만하신 세계명작전집이 있었다. 가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으나 우리 집 형편에 버거울 정도로 귀한 책이었다. 어머니는 삼형제의 교육을 위해 월부로 끊어서 책값을 갚아가셨다. 그리고 그 전집은 우리 형제가 꼭 읽어야 하는 사명이 되었다.

나는 책을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TV를 보는 것이 훨씬 좋았다. 그래서 어머니와 큰 형에게 자주 혼났다. 큰 돈 주고 구입한 책을 아깝게 썩힌다며 핀잔을 들었다.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억지로 독서를 했다. 참 읽기 싫었는데 그래도 아직 기억도 나는 동화가 있다. 바로 마테를링크의 “파랑새”이다.

치르치르와 미치르가 이웃집 할머니의 손녀를 위해 파랑새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 그때는 그 내용을 다 이해할 수 없었으나 돌이켜 생각하면 우리의 인생에 대한 내용이었다. 행복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동화였다.

동화의 주인공이 파랑새를 찾은 것은 결국 집 안이었다. 작가는 분명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행복이란 과거에 머무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꿈과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이곳에 나와 함께 한 가족과 이웃들 가운데 있다는 것... 이 당연한 이야기를 잊고 사는 많은 사람들의 눈을 뜨게 해주기 위해 쓴 동화인 것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나는 잊고 있었던 파랑새의 이야기를 다시 기억하게 되었다. 감기몸살로 며칠을 고생하면서 하나님께서 건강을 주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오늘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를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일주일 간 내가 찾은 가장 귀한 파랑새는 우리교회 가족이었다. 부족하고 빌빌대는 담임을 위해 걱정하시고 기도하시며 안부하시는 따뜻한 마음이 너무 행복했다. 삼일교회 가족을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정말 감사했다. 이러한 행복과 감사를 함께 누렸으면 좋겠다. 이제 새로운 셀이 시작된다. 함께 파랑새를 찾아 나서자. 함께 기쁨을 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