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많이 바쁘다. 성탄행사들, 송구영신예배, 신년감사예배, 그리고 신년특별새벽성회까지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어 써도 계속 쫓기게 된다. 특별히 이번 연말시즌은 성탄절과 새해 첫날이 토요일과 주일에 겹쳐져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다. 설교준비시간이 모자라 항상 불안하다.

나는 바쁘면 예민해진다. 걸음걸이가 빨라지고 말이 줄어든다. 머릿속이 긴장상태라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말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잠을 줄인 탓인지 모르겠으나 가슴이 조이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면 이런 형편을 알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는 듯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화가 났다. “왜 내가 이러고 있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스스로 질문한다. 자괴감이 든다.

짬을 내어 예배당에 앉았다. 하나님께 불평을 했다. “하나님, 짜증나요. 화나요. 힘들어요.” 그러나 침묵하시는 하나님... 얼마 지나 마음 가운데 이렇게 질문을 하신다. “왜 그러니? 아무도 네게 요구하지 않는데...”

그렇다. 또 마음이 말썽이다. 내가 나를 쫀다. 얽어맨다. 하나님이 내게 원하시는 것은 유능한 목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교우들의 인정을 받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의정부에서 존경받는 사역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주님이 내게 요구하시는 것은 단 한가지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드리는 것... 어느 새인가 마음속에 있는 완벽주의적 결벽이 나를 장악해버렸다. “하나님의 눈”이 아닌 “사람의 눈”을 더 신경 쓰고 “영혼”이 아닌 “영광”에 마음이 멀어버렸다. 사랑을 희미해지니 기쁨이 없다. 기쁨을 빼앗기니 마음이 공허하다. 공허한 마음을 채울 수 없으니 지친다. 지침에도 불구하고 달리기를 멈추기 않으니 짜증이 난다.

금요일 밤 교우 몇 분과 노숙자들을 섬기러 갔다. 한 교우가 이렇게 말했다. “목사님 왜 고생을 사서 하세요.” 바로 대답을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말했다. “재미있어요. 그래서 해요.” 생각해보니 그분들을 섬기러 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채우러 가는 것 같다. 그래, 사랑만 바라보자. 사랑으로 예배하자. 새해의 내 목표는 사랑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