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날씨이다. 따사로운 겨울 볕이 영하 10℃의 강추위로 바뀌더니 어느새 새벽부터 부슬부슬 겨울비가 내린다. 수요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요셉이가 말했다. “조금만 더 추웠으면 비가 다 눈이 되는 건데 아쉬워요.” 대뜸 대답한다. “그래도 영하가 아니니 노숙하시는 분들이 덜 춥겠는 걸?” 이를 듣고 아내가 말했다. “나는 비라서 너무 감사해. 교회지붕에 눈이 쌓이면 걱정이 되어서...”

같은 비 같은 날씨에 대해 다른 해석들이 쏟아졌다. 각자의 관심에 따라 보고 싶은 것을 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요셉이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래도 크리스마스에는 눈이 와야 해요.” 모두가 기대하는 화이트 크리스마스... 나도 예전에 눈 오는 크리스마스이브를 기다렸다. 성탄절에 눈이 빠지면 왠지 뭔가 모자란 것 같은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하였다. “크리스마스 날씨예보” 그러나 올해는 눈 오는 성탄절은 기대하기 힘들다. 어쩌면 앞으로 눈이 아닌 비가 오는 크리스마스가 올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며 엘니뇨며 우리가 지구에게 저질러놓은 잘못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새벽에 나와 교회카페 바닥에서 고인 물을 주워 담았다. 리모델링 공사 후 용케 1년을 버티던 지붕에 구멍이 났다. 비가 올 때면 이렇게 누군가는 바닥을 말려야 한다. 대걸레를 빨고 화장실을 들렀다. 머리 위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빗물...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아 이러다가 합선이 되면 어쩌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 한숨을 내쉬며 기도했다. ‘주님, 예배당을 어떻게 하지요? 이도저도 할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 천정에 내리는 빗물이 마음에도 흘렀다. Rainy Christmas... 목사답지 않은 믿음 없음이 죄송할 만큼 우울하게 오전을 보냈다. 말씀을 묵상했다. 갑자기 성경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말구유에 누우신 예수님... 그래 주님이 그러셨다. 누추한 헛간, 하지만 그곳은 따뜻한 기적이 시작되고 있었다. 비가 새는 교회, 그러나 걱정은 없다. 따뜻한 교우들의 체온과 믿음이 있는 내일은 따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