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공기가 갑자기 매서워졌다. 차를 타고 새벽예배에 나올 때면 얼음장 같은 핸들을 만지기 싫어 몇 번을 손을 오므릴 정도이다. 물론 예전에도 이만한 추위가 있었다. 하지만 추위는 항상 낯설다.

지난 주 던져 놓은 말을 주워 담느라 다시 의정부역을 찾았다. 이 추위에 여전히 지하상가 주위에 자리를 깔고 누워계시는 분들... 가까이 다가갈 때면 알코올 향기와 피로에 찌든 냄새가 진동한다. 솔직히 말을 걸기가 무서웠다. 그래서 임시보호소 직원들과 함께 동행했다. 직원들은 준비한 차 한 잔을 건넨다. 그리고 보호소로 들어가서 주무시라고 권면한다. 하지만 미동도 없다. 그냥 여기가 좋단다. 내버려두란다.

생각이 바뀌면 얘기하시라는 말을 남기고 장소를 옮겼다.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하며 물었다. “임시보호소로 들어가시는 게 많이 싫으신가봐요.” “예전에는 보호소 내에서 금주였기 때문에 그랬는데요. 요즘은 술 먹고 주무시러 오는 것은 허락하거든요. 그런데도 잘 들어오지 않으세요.” “왜죠?” 복지사는 웃으며 대답한다. “마음이 아픈 거죠.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어떻게 도와드려야 하는지 물었다. “미흡하긴 하지만 노숙자들을 돕기 위한 나름의 시스템이 정비되어 있어요. 임시거처제공부터 재활프로그램까지 마련해놓았어요. 그런데 끝까지 버티시는 분들이 드물어요. 심지어 해외에 입양된 자녀가 어머니를 찾아서 모셔갔는데 몇 달 뒤에 다시 돌아오셨어요. 그리고 이곳을 다시 찾아옵니다.” 다시 물었다. “그냥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네요.” “네 그렇죠... 그런데 누군가는 계속 물을 부어야하니까...” 복지사는 답답하다는 듯 말을 흐렸다.

그 말이 마음에 꽂혔다. 누군가는 계속 부어야하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이 일은 보람도 없고 열매도 없다. 계산하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사랑하며 버텨야할 일이다. 얼큰하게 술에 취한 한분이 복지사들을 반갑게 맞아주신다. 얼추 헤아려도 이웃사촌 쯤 되는 것 같다. “다음 주에 뵐게요. 메리 크리스마스” 밤공기가 많이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