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한 언론사의 고발보도로부터 시작된 일명 최순실 게이트가 “탄핵”과 “대통령 직권정지”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끝나버렸다. 40여 일 동안 광화문을 밝힌 분노의 촛불들이 결국 개혁의 불길로 타오른 것이다.

돌이켜보면 대통령에게는 만회를 위한 몇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3차에 걸친 담화가 발표될 때마다 국민들의 마음은 오히려 더욱 돌아서게 되었다. 담화를 듣고 담이 왔다는 씁쓸한 농담을 하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기대 이하의 대처였다.

대통령의 가장 큰 패인은 무엇보다 “듣지 않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지지로 권력을 얻었다면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당연한데 집권기간 내내 불통을 고수했다. 한때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국민들의 마음을 읽는 것에 능하였던 그녀가 그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드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민심을 수용하지 않으니 민심을 잃게 된 셈이다.

이번 사태를 보며 떠오르는 성경의 한 인물이 있었다. 지혜의 왕 솔로몬이다. 그는 불안한 상황 속에서 왕좌를 물려받았다. 왕위에 도전하는 정적들과 반역의 깃발을 든 역적들이 그의 주위에 가득했다. 하지만 위기를 극복했다. 어려움을 이겨냈다. 왜냐하면 솔로몬에게 놀라운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다.

솔로몬이 붙든 지혜는 바로 “듣는 마음”이었다.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마음, 소외된 자의 소리에 외면하지 않는 마음, 그리고 두렵고 떨림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경청하는 태도가 그를 영광의 자리에 머물게 했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모르나 귀가 큰 사람이 되어야할 듯하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교회 역시 듣는 마음을 되찾아야겠다. 주님의 성탄을 기다리는 12월, 가장 작은 자의 신음에도 응답하시며 높고 높은 보좌에서 낮고 낮은 이 땅 가운데 오신 예수님... 예수님의 듣는 마음을 묵상하며 은혜를 누리는 삼일가족이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