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 만큼이나 어색한 “선교여행”이라는 단어가 내 앞에 다가왔을 때 “잘 해낼 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였고 처음 하는 여행에 대한 호기심도 가득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지지부진한(?) 믿음이 어느 정도는 반전되리라는 기대로 부푼 채 비행기에 올랐다.

근 30여년 만에 타보는 비행기의 생소함도 잠시, 들뜸과 작은 흥분 속에 아내와 이야기꽃을 피웠다. 후덥지근한 날씨로 맞아주는 시엠립 공항에서의 첫인상은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지 않는 왜소함과 정리 되지 않은 부족함이 있었다. 비행 내내 팀원들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은진 청년의 비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박순보 선교사님이 손수 공항 내로 마중 나오셨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은진청년은 타고 온 비행기로 다시 귀국하였다. 우리의 기대와 다른 하나님의 크신 뜻을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6시간을 날아온 피로한 여정 탓에 숙소에 도착하자 바로 곯아떨어졌다. 둘째 날 새벽 일찍 서둘러서 광명 선교 센타로 향했다. 시골길과도 같은 국도를 달리면서 보니 집집마다 미니어처 모양의 작은 사원들이 있었다. 그들이 모시는 우상이란다. 거의 모든 집에서 발견되는 우상들이 그동안 나와 내 가족들만의 기도도 벅차하던 내 심령에 불을 지폈다. “주님! 우상들로 가득한 이 땅을 정결하게 하셔서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하고 주님을 찬양하는 소리가 이 땅 동서남북 곳곳에 울려 퍼지게 하시옵소서. 이 일에 작지만 도구가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광명 선교 센타에 도착하니 김은숙 선교사님과 현지 사역자들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가져온 물품을 전달하면서보니 좀 더 성의껏 준비 못한 것이 아쉬웠다. 구제물품을 가지고 선교사님과 함께 현지가정을 방문했다. 어찌 보면 가축사육장보다 못한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을 만나보니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지난 시간들 낭비하며 감사한줄 모르면서 누렸던 모든 것이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좀 더 이웃들을 살피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프롬쥬룩 늘푸른교회와 품동 명곡교회, 그리고 품보트마이에서 아이들과 예배를 드렸다. 허름한 옷을 입은 꾀죄죄한 모습이었지만 찬양을 드릴 때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이후 우리교회에서 선물한 우물을 보러 갔다. 석회질이 많아서 식수로는 어렵겠지만 흙탕물을 생활용수로 쓰는 이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펑펑 나오는 물처럼 저들에게 하나님의 복음이 심령, 심령마다 넘쳐나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200만 명의 희생자를 냈던 킬링필드로 악명 높은 땅, 태국과의 국경지대에 민가가 있는 곳 바로 옆에 아직도 수많은 지뢰가 매설되어 있는 땅. 지도자와 관리들의 부패가 만연하고 우상들이 가득한 땅. 아이들에게 꿈보다는 한 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게 하는 땅. 도무지 앞이 안 보이는 것 같은 이 땅을 위해 하나님은 짧은 시간도 기도하기 힘들어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도 기도하라고 하신다. 하나님의 사랑과 긍휼로 이 땅을 바라보며 기도하고 헌신하라고... 이 땅이 언젠가는 내 조국 대한민국보다도 더욱 더 하나님의 영광이 가득한 땅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