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후마다 부부셀모임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교우들과 함께 삶을 나누고 힘든 마음을 오픈하며 서로 보듬는 시간은 참 좋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아내와 함께 있는 것은 생각보다 어색하다. 결혼 후 교회를 섬기면서 아내와 함께 이런 모임을 해본 적이 없다.

첫 모임을 하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어느 정도 선까지 오픈을 해야 할까? 저런 말을 하면 내가 곤란해지는데... 아, 목사 체면 다 깎이는구나.” 집에 와서 아내에게 조금 더 신중해질 것을 요구하려했다. 하지만 마음 가운데 이런 음성이 들렸다. “너는 자존심으로 목회하니? 아니면 진실함으로 목회하니?” 지난 시간 동안 교인들에게 강조해왔던 것이 “진실한 목회, 진실한 나눔”이었다. 그런데 부담 때문에 나 스스로 방어벽을 친다면 겉과 속이 다른 것이라 생각했다. 전혀 옳지 않다.

그래서 나 먼저 내려놓음을 실천하자고 다짐했다. 목사답지 않게 살면서 목사처럼 보이지 않기, 사랑 외에 다른 특권은 바로 포기하기 등...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한결 편해졌다. 물론 오해와 실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조차 맡겼다.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열심을 신뢰하기로 했다.

흥미로운 것은 내 삶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아내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진심으로 남편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과 아이들의 양육문제로 섭섭했었던 감정들을 더 구체적으로 읽게 되었다. 그리고 점심식사 후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 요셉이와 대화하는 시간을 좀 더 늘렸다. 작은 변화이지만 공감을 통해 얻은 변화이기에 무겁지 않았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런 방식의 목회가 한국에서 성공된 예는 극히 드물 것 같다. 안 그래도 바닥에 떨어진 목회자의 권위를 주워 담기도 바쁜데 그나마 남은 울타리마저 포기한다는 것은 나에게도 교인에게도 일종의 도박이다. 하지만 견딜 수만 있다면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왜? 예수님께서 그렇게 하셨으니까...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시면서 삶으로부터 흘러나오는 영성을 가르치셨다. “말로만 머리로만의 믿음”이 아닌 “진심”이 담긴 진짜 신앙훈련을 하신 것이다. 실수가 많아도 가는 길이 옳다면 열매는 맺힐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그렇게 함께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