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국생활 동안 경험한 일들 중 이해하기 힘든 미국인의 모습이 있다. 대형쇼핑몰 앞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우며 줄을 선다. 그리고 아침 개장 종소리와 함께 매장 안으로 살벌하게 뛰어간다. 우리에게는 ‘블랙 프라이데이’로 알려진 11월 마지막 금요일, 미국 최대 쇼핑일의 모습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명칭은 한 해 동안 누적된 장부상의 적자가 이날을 기점으로 해서 흑자로 전환된다고 해서 붙여졌다. 이날 다양한 상품들이 큰 할인율로 판매되는데 연간 소비의 약 20%가 거래된다고 한다. 밤을 새우고 매장 앞에 장사진을 치는 것은 ‘공짜의 유혹’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내가 처음 경험한 ‘블랙 프라이데이’는 ‘글루미 프라이데이(우울한 금요일)’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TV를 사러 가까운 쇼핑몰에 갔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데 1시간 30분, 물건 고르는데 30분, 그리고 계산하는데 5시간... 배가 고프고 다리가 아팠다. 급기야 소변까지 마려웠다. 그래도 버텨야 했다.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포기할 수 없었다.

겨우 TV 하나를 들고 매장 집으로 나섰다. 어둑어둑한 하늘, 이미 밤이었다. 싼 가격에 TV를 산 기쁨보다 하루를 망쳐버린 것 같은 허무함이 밀려왔다. TV 하나에 인생을 소비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다. 그리고 다음해부터 회개하는 마음으로 절대 이날에는 쇼핑을 하지 않았다.

만일 우리가 영적인 눈이 열려서 교회에서 천국행 티켓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싼값에 물건을 사려는 열심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열의로 교회를 찾지 않을까? 밤을 새워 장사진을 치는 것보다 더 간절하게 주일예배를 기다리며 살아가지 않을까?

예수님은 우리에게 블랙 프라이데이와 비교할 수 없는 굿 프라이데이(성 금요일)을 선물하셨다. 이날 자신의 몸을 찢어 사람들에게 생명의 길을 여셨다. 그리고 그 은혜로 우리는 구원을 얻었다. 아무런 값없이 말이다. 최소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블랙 프라이데이’보다는 ‘굿 프라이데이’를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 것이다. 십자가는 우리의 자랑이고 삶의 유일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