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밤 10시는 공습경보가 울리는 시간이다. 취침시간을 앞두고 벌어지는 실랑이 때문이다. 어떻게든 끝까지 버텨보려는 두 아이와 그럼에도 재워보려는 아내 간에 전투(?)가 일어난다. 밤 9시 아내는 아이들을 어르고 달랜다. 취침준비를 위해 씻기고 이를 닦이고 잠자리를 정리한다. 하지만 이때부터 아이들은 귀머거리가 된다. 들어도 못들은 척 보아도 못 본 척 엄마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9시반이 되면 경계경보가 발령된다. 아내의 말에 짜증이 섞인다. 그리고 숨바꼭질이 시작된다. 요셉이는 욕실에 끌려가 멍하니 거울을 보고 있다. 예지는 방에 들어와 고단수 애교를 늘어놓으며 딴청을 피운다. 결국 10시가 되면 아내는 아줌마로 변한다. 이때부터 아이들은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결국 엄마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갈 때면 알아서 기기 시작한다.

예지는 이 닦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마지막까지 엄마 앞에서 입을 벌리기 싫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댄다. 오늘 유치원에서 누가 어쨌다는 둥 자기가 지금 기분이 별로라는 둥... 결국 아내가 폭발 1분전이 되고 나서야 울면서 입을 벌린다. 그리고 전쟁이 서서히 막을 내린다.

이 시간이 긴장되는 것은 아이들뿐이 아니다. 나 또한 이때만큼은 정신을 똑바로 챙긴다. 예전에 그냥 “자기 싫다는데 그냥 내비 둬.” 이 한 마디를 던졌다가 아이들이 당해야 할 짜증을 모두 당한 적이 있다.

매일 밤마다 반복되는 전투를 바라보며 두 가지 감회가 생긴다. 먼저 애들이 참 못됐다. 그 정도 했으면 알아서 할 수도 있을 것을 똑같은 행동에 똑같은 핑계를 대는 모습이 징글징글하다. 둘째로 아내가 참 안됐다. 나 같으면 몇 번을 혼을 내거나 재우지 않았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내는 매일 밤마다 씻기고 닦이고 잠을 재우는 수고를 포기하지 않는다.

정확한 표현일지 모르나 하나님과 우리 사이의 모습도 비슷하지 않은가? 똑같은 문제, 똑같은 행동, 그리고 똑같은 불평과 원망을 늘어놓는 지긋지긋한 인생들을 포기하지 않는 하나님... 그래도 씻기고 닦이고 품에 안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랑... 그래 엄마의 사랑만큼 하나님의 마음을 닮은 것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