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우리를 놀라게 했던 뉴스는 남부지방을 할퀴고 간 태풍 소식이다. 250mm의 폭우와 초속 30m의 강풍을 동반한 태풍 차바는 부산과 울산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10월에 상륙한 태풍 중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된 차바는 어마어마한 피해를 남겼다.

7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되었다. 부산과 울산에서만 1500여동의 주택이 침수되고 22동의 상가가 유실되었다. 13700㏊의 농경지가 매몰되고 257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TV를 통해 보도된 영상은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아찔했다. 성난 물줄기 앞에 자동차도 집도 모두 떠내려갔다.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차바의 피해가 이토록 컸던 이유는 세력과 규모 때문이 아니다. 기상청의 틀린 예보와 예상치 못한 경로 때문에 모두 방심을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경관을 해친다고 높이를 낮춘 방수벽도 한 몫을 했다. 이 때문에 해수가 역류되고 격랑이 밀려왔다. 천재를 빙자한 인재인 셈이다.

이번 정부는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 같다. 집권 초기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어린 생명들이 희생당하는가 하면 때 진도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이 나고 배가 침몰하고 태풍이 강타하는 것을 정부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연이은 재난과 사고들에 대해 너무 안이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4.9%가 감소된 재난관리예산과 가벼운 처벌로 끝나버린 사고처리가 이를 증명하는 듯하다.

정치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부비판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안전 불감증에 노출되어가는 우리들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심지어 북핵의 위협과 사드로 인한 심각한 갈등 앞에서도 기도의 무릎을 꿇는 신앙인은 드물다. 내 자신부터 안이하고 태만한 것 같아 주님께 죄송할 뿐이다.

예전 한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기도의 무릎이 있는 한 이 나라를 망하지 않는다.” 그분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말씀만은 잊을 수 없다. 그래서 두렵다. 약해지는 기도의 무릎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아 겁이 난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오늘 이곳에서 우리부터 먼저 무릎을 꿇자. 하나님은 지금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의인 열 명을 찾고 계실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