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벽예배를 드리려고 집을 나설 때면 문 앞에 잠시 멈춰 서게 된다. 가사 그대로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 청아한 하늘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황사니 미세먼지니 하며 맑은 풍광을 본지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언제 그랬냐 싶게 하늘이 하늘답다.

쌀쌀한 공기를 먹으며 교회에 도착하면 문을 열고 다시 걸음을 멈춘다. 새벽마다 예배의 자리를 지키는 성도들 때문이다. 9월 한 달을 예배회복의 달로 삼고 함께 열심을 내자고 광고했는데 부족한 목사의 말을 기억하고 함께 해주시는 교우들이 점점 늘어난다. 강단에 서서 교우들과 눈을 마주치게 되면 왠지 모를 뿌듯함과 행복함이 느껴진다.

사실 나는 여전히 새벽기도가 힘들다. 원래 새벽형 크리스천이 아닌 부엉이형 크리스천이라 아침보다는 밤에 기도하는 것에 익숙하다. 그래서 눈을 뜨고 일어나서는 정신이 깨지 않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새벽설교가 부담이 되어 잠을 설치다가 한두 시간 눈을 붙이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한편으로는 한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웃기다. 부임한지 1년 반이 넘었는데 여전히 힘든 걸 보니 참 부족한 게 많은 미생(未生) 목사인 것 같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 목사의 부족한 열심을 성숙한 교인들이 채워준다. 목회자의 모난 인격을 너그러움과 사랑으로 감싸주신다. 때로는 이해되지 않고 받아드리기 힘든 부분이 있을 텐데도 따스한 웃음을 잃지 않는다. 성도가 성도답다. 하나님 사랑 교회 사랑이 느껴진다. 청량한 가을하늘처럼 힘이 되고 감동이 있다. 그래서 더욱 고맙다.

솔직히 고백하면 새벽예배 후 기도시간마다 그분들을 위해 빼놓지 않고 기도한다. 부족한 종의 기도가 얼마나 힘이 될지 모르나 기쁜 마음으로 한 분 한 분 하나님께 올려드린다. 만일 우리 교회가 부흥한다면 기도의 중심을 포기하지 않는 교우들의 몫일 것이다. 그 기도가 목사를 세우고 교회를 세우니까... 가을하늘이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것처럼 기도하는 성도의 모습이 하나님의 눈길을 머물게 만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 교회는 소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