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업에는 업무나 환경에 따른 직업병이 있기 마련이다. 진폐증이나 소음성 난청 같은 물리적 질병으로부터 스트레스에 따른 뇌심혈관계 질병, 공황증세에까지 다양한 직업병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사람들이 성직이라고 생각하는 “목회자” 역시 직업 중 하나이다. 불행한 얘기이지만 “목회자” 역시 고유의 직업병이 있다. 주위 목사님들을 돌아보면 제일 두드러진 질병이 “암”이다. 엄밀히 따지자면 목회가 3차 산업에 가깝기 때문에 대인관계에 따른 스트레스가 원인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가끔씩은 “목사”에서 “먹사”가 되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에 역류성 식도염내지는 위궤양으로 고생하는 분도 의외로 많다.

하지만 이보다 더 은밀한 그래서 더 심각한 직업병이 있다. 바로 “정서적 질병”이다. 보고에 따르면 강박증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목회자가 많다고 한다. 이 질병이 심각하게 받아드려지는 것은 쉽게 오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믿음이 부족한 목회자로 낙인찍혀 자칫하면 사역이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용히 혼자 감내하는 경우가 많다.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뉴욕에 계신 목사님의 연락을 받고 급히 얼굴을 뵈러 갔다. 목사님께서는 따뜻하게 아이들을 축복해주셨다. 선배 목회자로서 친밀한 권면도 잊지 않으셨다.

한국에 방문하신 이유를 여쭤보았다. 후임 부교역자를 뽑기 위해 오셨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조용히 전임 교역자의 사임 이유를 말씀해주셨다. 아픔이었는데 “아내의 부적절한 관계와 이혼”이었다.

솔직히 남의 이야기 같지가 않았다. 부교역자 시절에 나 역시 사역중독에 빠져 가정을 소홀히 했다. 아내와의 친밀감이 위험 수위에 이르고 아이들과는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나는 가족이 짐처럼 느껴졌다. 사역을 돕는 것이 아니라 사역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돌아보면 충성과 열정을 가장한 “성공 강박증”이었다. 정작 마음은 공허하고 우울했다. 하나님의 도우심과 아내의 배려로 그 어려운 시간을 탈출했다. 그리고 은혜 가운데 강단에 서고 있다.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박 목사, 행복하게 사역해.” 하나님 음성 같았다. “그래,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