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아버지를 닮는 것은 당연하다. 이 당연한 사실을 새삼 요셉이를 통해 느끼게 된다. 요즘 요셉이가 밤마다 잠을 설친다. 밤중에 갑자기 일어나 소파에 앉아 있는가 하면 내 옆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다. 요셉 왈 “무서워요.”

아이들과 무서운 영상을 본 것이 생각난다고 하고 이상한 소리가 나서 잠을 깬다고 한다. 귀신이 나올 것 같아 두렵다고 한다. 그래서 말했다. “요셉아, 귀신이 있어도 상관없어. 넌 예수님이 사랑하는 아이잖아. 예수님 이름으로 다 무찌를 수 있어. 예수님이 짱이야.”

사실 나도 어릴 적 무서워 잠을 설친 적이 많다. 더구나 심하게 가위에 눌려서 자는 것 자체가 두렵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서적인 문제였던 것 같다. 몸보다 마음이 더 빨리 자라는 덕에 생긴 “성장통”이였다. 하지만 정말 무서웠다. 그래서 공포감이 찾아올 때마다 엄마 손을 꼬옥 잡았다. 그러면 한결 마음이 편했다. 마치 생명줄을 붙든 것처럼 엄마손을 잡기만 해도 깊은 숨을 쉴 수 있었다.

나이가 들고 다시 잠을 설치기 시작한다. 귀신 때문이 아니다. 가위에 눌린 것도 아니다. 사람 때문이다. 걱정과 근심 때문이다. 해결해야 할 교회의 이런저런 문제 때문이다. 사실 우리 교회에 부임하면서 편하게 잠을 청한 날이 손에 꼽는다. 뜬눈으로 밤을 새고 강단에 선 적도 많다. 그만큼 부담감이 크다. 그만큼 약하다. 많이 부족하다.

“목사님, 왜 이렇게 믿음이 없으세요?” 누군가 이렇게 물었다. 목사로써 참 속상한 말이고 부끄러운 말인데 사실이다. 믿음이 부족한 목사, 그래서 잠을 설치는 목사... 그게 내 모습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예수님 없이 못 버티는 목사이다. 엄마손을 꼭 붙잡고 악몽을 이겨냈듯이 예수님 손에 매달려 어려움을 이겨내는 목사이다.

요셉이 손을 잡고 같이 기도한다. “예수님, 저는 주님의 능력을 믿어요. 하나님은 제일 힘이 세신 분이세요. 저를 지키시는 분이세요. 이 시간 마음에 평안을 주시고...” 은혜를 얻는 것은 요셉이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