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도 너무 덥다. 폭염... 말 그대로 깡패 같은 더위다. 전기료 나올 생각에 리모콘을 들었다 놓았다 하지만 결국 에어컨을 틀고 만다. 해 떨어지고 밤이 되면 좀 나을까 싶었지만 하루를 달군 열기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더 이상 사철이 뚜렷한 온대기후가 아닌 것 같다. 겨울 여름 여름 겨울... 동남아 여행이 따로 없다.

  1여전도회 권사님들과 함께 피서를 떠났다. 더위 탓에 중보기도를 잠시 접어놓고 땀 식힐 곳으로 찾아갔다. 도착한 곳은 바다도 계곡도 아니었다. 도심 속의 피서지 광명동굴...
  아침 일찍 1시간 반을 달려 동굴입구에 도착했다. 벌써부터 사람들이 붐볐다. 입구에 들어섰을 때 찬기가 느껴졌다.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0.1도씩 내려가는 듯했다. 동굴은 생각보다 웅장했다. 심지어 콘서트홀까지 있었다. 작은 식물원, 아기자기한 수족관, 역사체험관 등 볼거리도 나름 넉넉했다. 그러나 가장 매력적인 것은 “시원함”이었다. 통로 주위로 작은 개울이 흘렀다. 동굴 중간에는 미니 폭포까지 있었다.

  권사님 한분이 이렇게 얘기하셨다. “목사님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이 말에 모든 권사님들이 격한 리액션을 보이셨다. 나 역시 부정할 수 없었다. 여름동안 이곳으로 교회를 옮기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동굴에서 나와 근처 전시관을 방문했다. 재활용품을 이용하여 예술작품을 만든 “업사이클링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뽁뽁이 포장지가 웨딩드레스가 되고 버려진 장난감이 용맹한 사자상이 되었다. 권사님 한분이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버릴 것이 없네요.”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며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 교회가 동굴 같았으면 좋겠다. 우리 교회가 업사이클링 전시관이 됐으면 좋겠다. 세상의 더위에 지친 사람들에게 동굴 같은 시원함을 선물하고, 사람들에게 상처 받고 버려진 영혼들을 다시 멋있는 인생으로 세우는 꿈같은 교회... 하나님께서 그토록 원하시는 참교회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우리 교회로 피서 오는 상상을 하고는 혼자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