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부임한 후 가장 난처했던 것은 주일에 4편의 설교를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새벽예배, 주일낮예배, 주일오후예배, 그리고 교육부 예배... 간혹 심방까지 있는 날은 5편의 설교를 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처럼 그 어려운 걸 매주 해냈다.

하지만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항상 불편함과 미안함이 남았다. 먼저 묵상이 부족한 말씀을 나눈 것 같아 불편했다. 시간부족의 이유도 있었지만 심적 부담감이 더 컸었다. 그리고 미안했다. 특히 교육부 친구들에게 너무 죄송했다. 사실 말씀을 따로 준비한 적이 없었다. 이전 교회에서 준비했던 말씀, 영상, PPT를 우려먹었다. 물론 아이들은 몰랐지만 내 자신이 지레 제 발 절였다.

내 모습을 보다 못해 장로님께서 부교역자를 뽑자고 제안하셨다. 물론 동의했다. 하지만 신중했다. 왜냐하면 사역자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혹여나 마음이 맞지 않는 분을 모셔서 오히려 동역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당장 아이들에게 미안하지만 제대로 된 사역자를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한해가 끝날 무렵 원종일 전도사님께서 부임했다. 사실 전도사님은 끝까지 우리 교회에 오는 것을 꺼려했다. 이미 가족들이 우리 교회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역 가운데 오해와 제한이 생겨 교회에 누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다. 그런데 내가 붙잡았다. 확신이 있었다. 우리 교회에 꼭 필요한 분이라고 판단했다. 얼마 전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교회 와서 제일 잘한 일이 전도사님 모시고 온 일 같아.”

지난 주 교육부 여름성경학교가 열렸다. 17명의 아이들과 10명의 선생님이 참여했다. 줄곧 방송실에서 기도하며 바라보았다. 헌신적인 선생님들과 희생적인 전도사님의 모습이 너무 좋았다. 흐뭇했다. 감사가 흘러나왔다. 우리 친구들에게 가지고 있던 미안함을 조금 내려놓게 되었다. “얘들아, 목사님이 계속 기도할게. 더욱 사랑하고 행복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