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요셉이가 병아리 한 마리를 집으로 모셔왔다. 이미 오리 병아리를 키우느라 진땀을 빼본 경험이 있는지라 두 손에 고이 모셔온 새 가족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오리에 비해서는 몸집도 작고 나름 깨끗했다. 하지만 쉬지 않고 울어대는 삐약 소리가 신경에 거슬렸다.

요셉에게 투덜거렸다. “왜 한 마리만 샀니? 더 시끄럽게 삐약 되잖아?” “돈이 없었어요.” “얼만데?” “한 마리에 천원이요.” 천원은 요셉에게 굉장히 큰돈이다. 일주일 용돈에 절반이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금을 들여 병아리를 분양받은 것은 그만큼 정이 갔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제일 먼저 우리를 열고는 삐약이와 인사를 한다. 병아리는 그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요셉이 뒤를 바짝 쫓아다닌다. 심지어 쇼핑백으로 병아리를 모시고는 교회에 데리고 와서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한편으론 이해되고 또 한편으론 웃음만 나왔다.

그런데 월요일 저녁 집에 돌아가 보니 삐약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요셉에게 물어보니 대답이 없었다. 사실 낮에 시름시름 앓고 있는 병아리를 보았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작은 구슬을 먹고는 탈이 난 것이다. 아내는 배 위에 병아리를 올려놓고는 보듬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숨이 머졌다.

요셉이는 통곡을 했다. 예지는 병아리를 땅에 묻고는 언제 살아나는지 물었다. 밤이 되었다. 잠을 자다가 깨어 화장실에 갔다. 뭔가 허전했다. 갑자기 신경에 거슬리던 삐약소리가 그리워졌다. 귀찮게 느껴지던 작은 병아리의 존재감이었다.

“공중의 새를 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 6:26)

하나님 앞에 우리 한명 한명은 병아리와 비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성경은 "천하보다 귀한 영혼"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생 가운데 힘든 일이 만나게 되면 하나님께서 나를 잊으신 것 같은 섭섭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는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의심이며 우리의 존재감에 대한 의심이다. 나는 이제 그런 의심을 내려놓자고 말하려 한다. 우리는 삐약이보다 훨씬 소중한 하나님의 “미친 존재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