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롭게 30주년기념예배를 마쳤다. 뒷정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니 갑자기 긴장이 풀렸다. 씻지도 않고 침대에 누웠다. 눈을 떠보니 깜깜한 밤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은 세상모르고 깊이 잠들었다. 물 한 컵을 단숨에 들이켜고 의자에 앉았다. 꿈만 같다. 말 그대로 ‘은혜’다.

전도초청예배를 준비하며 많은 생각이 있었다. 크게 두 가지였다. 먼저는 이렇게까지 해야할까하는 본질적인 질문이었다. 다른 교회처럼 이벤트성 전도행사를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했다. 둘째로 만일 초청자가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었다. 교우들이 실망할 수 있고, 교회 분위기가 어려워져 아니한 만 못하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래도 시작했다. 열심을 내었다. 단순한 곳에서 이유를 찾았다. 바로 바울의 이 말씀이다. “...무슨 방도로 하든지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니 이로써 나는 기뻐하고 또한 기뻐하리라”(빌 1:18)

영혼을 향한 마음이 열릴 수 있다면 창립30주년에 걸 맞는 새로운 도약이다. 또한 초청자 몇 분에게라도 복음을 들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그것만으로 열매이다. 무엇보다 한 영혼을 위한 기도가 시작된다면 희미해져가는 복음의 열정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생각을 정리한 후 함께 기도하고 나 역시 초청자를 만나고 주일 새벽 늦게까지 말씀을 준비했다. 그러나 정작 예배시간이 다가오자 떨렸다. 찬양을 부르고 기도를 할 때까지 앞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찬양대의 찬양 가운데 기도하고 눈을 들었다. 정말 많은 분들이 교회를 방문하셨다. 갑자기 더 떨렸다. 내 부족한 믿음 때문에 하나님의 뜻이 가려지지 않을까 두려웠다. 하지만 기도하고 강단에 섰다. 약함 가운데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강한 손을 믿음으로 설교를 시작했다.

그런 마음이 들었다. 매일 매주 이런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선다면 주님께서 많이 기뻐하실 거란 생각... 은혜는 은혜인 줄 아는 사람에게 값지기 마련이다. 30주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다시 선물하신 것은 ‘은혜’였다. 은혜로 시작하고 열매를 맺는 교회... 그런 진짜 교회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