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속담에 재주는 장에 가도 못 산다고 했다. 그만큼 요긴하다는 뜻이다. 타고 난다는 말이다. 하지만 재주가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재주가 많으면 고생도 많기 때문이다. 눈앞에 있는 일을 지나치기 힘들고, 무턱대고 덤비다 보면 여러 일에 파묻힐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에 그런 분이 계시다. 나는 그분을 “재주꾼 집사님”이라고 부른다. 정말 못하시는 게 없다. 전기도 뚝딱, 방수도 뚝딱, 문고리며 세면대며 만지면 못 고치시는 게 없다. 이것도 될까 여쭤보면 여지없이 가능하다. 정말 천부적이다. 말 그대로 타고난 재주꾼이시다.

그래서 집사님께 자주 죄송하다. 어쩔 수 없이 이 일 저 일을 부탁드리게 된다. 그때마다 아무 불평 없이 도와주신다. 심지어 부탁드리지 않을 때에도 알아서 예배당을 돌보고 계신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교회 현관 캐노피에 물이 샌다면서 장마 오기 전에 방수공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커서 혼자 감당하시기 어려워 보였다. 그런데 이후 틈날 때마다 하루하루 실리콘칠을 하시더니, 급기야 토요일 낮, 집사님들과 마무리하셨다.

날이 더웠다. 햇빛은 한여름 같았다. 점심에 심방이 있어서 살펴보지도 못했다. 다녀온 뒤 확인했더니 이미 모든 게 끝나버렸다. “다들 고생 많으셨죠? 도와드리지 못해 죄송해요.” 집사님은 공치사 한번 하지 않고 그냥 웃음으로 넘기셨다. 그렇게 장마 준비가 끝났다.

재주가 있다고 모두가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재주보다 더 귀한 헌신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헌신이란 사람이 아닌 하나님께 드리는 중심이다. 재주가 헌신을 담을 때 하나님이 기뻐 받으시는 예배가 된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특히 지금 세상은 더욱 그런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교회는 참 귀한 분들이 많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헌신하는 아름다운 손길들이 있다. 교회는 그런 분들 때문에 돌아간다. 그리고 주님께서 그런 마음들을 기억하시고 기뻐하신다. 그래서 오늘은 뿌듯하다. 아마 하나님도 그러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