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벚꽃을 즐길 수 있는 때, 일년에 한번, 단 일주일... 뚝방에 사람이 한가득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장사진처럼 좌우 일렬로 꽃길을 순례한다.

원래 서울 사람은 남산에 안 가고, 부산 사람은 해운대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봄바람에 흩날리는 벚꽃길을 옆에 두고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바라만 본다. 그도 그럴 것이 심방 스케줄이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핑계를 위한 핑계... 북적이는 인파가 성가시다. 오히려 철길 옆 조용한 벤치가 낫다.

예지가 솜사탕을 들고 들어온다. 아내와 꽃 구경을 다녀온 모양이다. “내 꺼는?” “없어요. 천변에 파니까 갔다 오세요.” 잠깐 흔들린다. 하지만 다시 앉는다. 나에겐 꽃보다 솜사탕이 더 유혹적인가 보다.

“목사님, 자전거 언제 타보셨어요?” “글쎄 꽤 됐지요.” “한번 나가보세요. 정말 좋아요.” “똑같겠죠... 뭐” “아니에요. 그래도 느낌이 많이 달라요.” 힘들긴 힘드신가 보다. 전도사님이 안 하던 소리를 하신다. 얼마 전부터 갱년기라고 하시더니, 아무래도 그 증세인가 싶다.

심방 마치고 꽃길을 스쳐서 집에 들어왔다. 강의 준비가 아직 남았는데, 그냥 눕는다. 나에겐 천변보다 침대가 우선이다.

“목사님, 올해는 작년보다 훨씬 활짝 핀 것 같아요.” 돌이켜보니 권사님 말씀이 맞다. 작년도 벚꽃을 피었다. 그러나 비가 세차게 내려 그만 다 떨어지고 말았다. 올해는 어떨까? 일기예보를 본다. 비소식은 없다. 그런데 꽃구경은 주일이 끝이란다. ‘이를 어쩌지? 정말 나가기 싫은데...’

아내 손을 붙잡고 꽃길을 걷는다. 사람이 많고 장사도 많지만 그래도 나오길 잘했다. 꽃이 참 좋다. 생각해보니 모든 게 이런 것 같다. 좋은 것은 진입장벽이 있다. 모든 장벽 중 제일 높은 것은 바로 나...

‘나’가 좋은 길을 막는다. 은혜를 가린다. 하나됨을 망친다. 나도 모르게 ‘나’가 그렇게 한다. 목이 곧아지고 마음이 굳어진다. 그리고 때를 놓친다. 이유 없는 고집은 꺾는 게 맞다. 그래야 꽃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