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참 좋았다. 심방을 마치고 교우들과 식사를 했다. 그냥 헤어지기가 아쉬웠다. 그래서 근처 카페에 들렸다. 야외에 테이블을 펼쳐놓고는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권사님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소풍 나온 것 같은데요?” 맞는 말씀이다. 간만에 느끼는 여유로움...

나이 든다고 여유가 많아지는 것은 아니다. 마음 먹지 않으면 항상 시간에 쫓긴다. 언제 어떻게 한 주가 지나는 지도 모르고 산다. 생각해보면 여유로움이란 상황이 아니라 태도인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황 때문에 여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급하게 커피잔을 들다가 쏟아버렸다. 모두가 웃는다. 이게 웃을 일인가 싶지만 나도 따라 웃었다. 잠시 후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집사님들이 아메리카노를 나눠 주셨다. 신기했다. 그래서 혼자 웃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즐거움 역시 비슷한 것 같다. 같은 상황, 같은 일에도 다른 감정이 생긴다. 태도가 여유로움도 즐거움도 가져온다.

물론 즐거움을 앗아갈 수 있는 절대적인 괴로움이 있다. 여유로움을 방해하는 불가항력적인 혼란스러움이 있다. 하지만 잠시다. 거센 폭풍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춘다. 그러나 마음을 관리하지 못하면 내 안에는 계속 폭풍이 친다. 폭풍의 잔향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맑은 하늘 아래에서 비를 맞는 사람이 있다. 밝은 대낮에 어둠을 사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평생 동안 비옷을 만들고 촛불을 찾다가 끝내는 사람도 있다. 이해는 되지만 공감하기는 싫다. 우리 삶은 분명 한계가 있고, 우리의 오늘은 지금이기 때문이다.

담임목회 10년 차... 다시 도전해야 할 사역들이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오늘의 여유로움을, 그 즐거움을 처음부터 배우려 한다. 오늘처럼 이렇게 교인들과 함께 하는 순간을 마음에 새겨놓고 싶다.

카르페 디엠! 우리 주님이 그러셨다. 십자가를 앞에 두고도 제자들과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사랑을 담으셨다. 하루의 은혜로 매일을 버티셨다. 그래야 산다. 그래야 주님의 뜻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