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선배 목사님들에게 전해 내려오는 전설 같은 금언이 있다. 목회자는 세 가지 방을 가까이해야 한단다. 책방, 골방, 그리고 심방... 좋은 목사는 말씀을 전하기 위하여, 기도하기 위하여, 교인들을 돌보기 위하여 목사는 이 방들을 떠나면 안된다.

우리 교회에 청빙 면접을 왔을 때 1대 목사님께서 여쭤보셨다. 책을 얼마나 가지고 있냐고... 매우 구체적이셨다. 책장이 몇 개나 되는지, 책은 몇 권 정도 있는지... 많이 당황했다. 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간과 물질의 제약이 있어서 도서관을 애용했기 때문이다.

위임을 받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권사님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목사님, 요즘 기도시간이 늘어나신 것 같아요.” 섬뜩했다. 다 보고 계셨던 것이다. 물론 일부러 그러신 것은 아니지만, 새벽마다 목사의 기도시간이 신경 쓰이셨던 것 같다. 그날부터 교회에서 기도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 하나님이 아닌 교인들 앞에 선 것 같았다.

처음 대심방을 할 때 권사님들을 한 차에 가득 태우고 교인들 가정을 방문했다. 두렵기도 했고 긴장도 했다. 하지만 유쾌했다. 함께 동행한 권사님들의 격려 때문이었다. “목사님하고 같이 심방 다니니까 너무 은혜가 되네요.” “말씀 준비를 많이 하셔서 저희가 참 좋아요.”

그렇게 시작한 심방이 햇수로 십 년이 되었다. 그동안 책이 많이 늘었다. 새로 큰 책장을 샀는데도 감당이 안된다. 기도도 쉬지 않았다. 목회의 위기가 올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무릎으로 버텼다. 하지만 심방은 멈췄다. 코로나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이 눈치 저 눈치 보면서 소규모로, 약식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다시 대심방을 시작한다. 어렵다. 하던 걸 안하는 건 쉬워도, 안 하던 걸 하려면 몇 배 힘들기 때문이다. 교인들 역시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오늘도 한다. 나는 목사니까... 우리는 교회니까...

십년 전 그날의 웃음을 마음에 담고 다시 심방액자를 만들고 있다. 나는 여전히 좋은 목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