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를 남기고 겨울이 떠난다. 봄이라 생각했는데 영하다. 역시 방심은 금물... “마지막 추위겠구나.” 새벽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그래야 할 텐데요.” 예년은 맞지만 지금은 틀리다. 날씨가 미쳐서 확신할 수가 없다. 어디 날씨뿐이겠는가? 우리가 사는 오늘은 모든 게 불확실한, 그래서 낯설 수밖에 없는 하루다.

오픈시간에 맞추어 동네의원을 들렸다. 놀랐다. 스무 명은 넘겠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여기서 오픈런을 할 줄은 몰랐다. 선생님이 전공의가 아니시라 다행이다. 그래도 기다리면 진찰은 받을 수 있으니...

“몸살이 심하시네요.” 처방전을 받아들고 약국에 갔다. 여기도 만원... 이 약 저 약 섞어 다섯 알이 넘는다. 아내가 급히 준비한 샌드위치를 흡입하고는 약을 삼킨다. ‘하나님, 안 아프게 해주세요.’

이번 주에는 심방을 시작해야 하는데... 전도사님도 한 분 줄었는데... 음원 준비가 한창인데... 뼈대학교 준비를 덜 했는데... 예지가 곧 개학인데... 아프지 말아야 할 이유를 살펴보았더니 한 다스가 넘는다. 그래서 아프지 않았나 보다. 아니다. 안 아파야 했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요구한 바도 아닌데... 아픈 건 계획에 없었다.

‘감기몸살 때문에 컨디션이 안 좋아서 오늘 리더모임 참석이 힘들 것 같아요.’ 전도사님께 사역을 넘겼다. 마음이 편치 않지만 오늘을 그래야 할 것 같다. 하던 일을 다 멈추고, 침대에 누웠다. 약 기운에 오른다. 눈이 감긴다. 기도 아닌 기도... ‘하나님, 빨리 나아야 해요.’

내 힘으로 사역을 했다. 또 내 계획으로 일들을 했다. 하지만 오늘처럼 예고에 없던 정지 버튼을 만날 때면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내가 하는 게 아니다. 나는 그냥 거들 뿐 하나님께서 일하신다.

그러나 우리는 자꾸 주관자 하나님이 아닌, 조력자 하나님을 원하는 것 같다. ‘주님, 운전은 제가 할게요. 뒤에서 말씀만 하세요.’ 어차피 길을 만드시는 분은 하나님이신데 왜 자꾸 건방져지는 건지... 반성이 약이다. 오늘은 겸손 모드... 삼일가족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