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9년이 넘었다. 햇수 따지면 10년째다. 놀랍다. 내가 목사가 된 것도, 한 교회의 담임이 된 것도, 더구나 10년을 버텨낸 것도... 그게 뭘 그렇게 대단한 건지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겠다. 당연하다. 우리 교인 대부분은 나를 목사의 모습으로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시절 내 모습을... 제멋대로였던, 제 멋에 살던 그 때, 오늘의 내 모습은 상상할 수 없는 불가능 그 자체였다.

그 시절 내 친구들은 아마 내가 가수가 되든지, 아니면 장사를 하든지 그렇게 대충 살 거라 예상했다. 매일 강단에 서며, 성도들을 돌보며, 심지어 신앙의 모범(?)을 보이는 목사가 될 줄을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목사다. 그것도 20년 넘게 한 번도 쉬지 않고 사역의 길을 걸어온 중년 목사가 되었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 나는 목사가 되고 있었을까? 철없던 시절에도 마음 한편으로 찜찜한 불편함은 있었다. 혹시나 주님께서 사역자로 부르시면 어떻게 하나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몰라서 하는 말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중국이었다. 거절할 수 없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은... 복잡한 감정으로 못 이기는 척 따르기로 결심했다. 그래도 마음 한편으로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아니면 중간에라도 그만두게 해주세요.”

그런데 그만두지 않았다. 끈기가 있어서일까? 목사가 체질이라 그런 걸까? 전혀 아니다. 그냥 단순한 이유다. 하나님이 그렇게 하기 원하셨다. 안될 것 같은 사람도 되게 만드시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원하시는 것이다.

특별히 요즘처럼 금방 포기하고 주저앉는 세대에게 더욱 그런 것 같다. 주님은 나를 통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얘를 봐라. 안돼도 내가 은혜로 10년이나 붙잡고 있잖니? 너도 할 수 있어.”

담임 10년을 맞이하며 부탁드린다. 나 때문에 상처받으신 분들, 많이 죄송하다. 마음 써주신 분들,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나를 보지 마시고, 나를 만들어 가신 능력의 하나님을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