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났나 보다. 새벽공기가 쌀쌀했던 탓에 목도리를 둘러매고, 점심 리더모임에 가는데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이상한 듯 쳐다본다. 확인해보니 영상 12도... 햇빛까지 따뜻하게 내리쬔다.
분명 비 온 후 추울 거라는 예보를 들었는데, 성큼 다가온 봄의 기운을 견뎌내지 못한 것 같다. 그래, 결국 왔다. 봄... 참 잘됐다. 우리가 겨울을 이겼다.
청년들이 교회에 한 가득이다. 뭐가 좋아서 모였는지 웃음도 가득하다. 분위기 맞춰야 할 것 같아서 따라 웃었다. 그랬더니 마음에 한 구석에 꽃이 피었다. 리더들과 거룩한 수다를 나눈다. 기도한다.
한 청년이 날 붙잡더니 묻는다. “무슨 재미있는 일 있으셨어요? 계속 같이 웃으시더라고요.” 너 때매 웃은 거다.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오해할 것 같아 바르게 대답했다. “묵상 나누다 보면 많이 웃어.”
어찌 웃을 일만 있겠는가? 화낼 일, 걱정할 일, 한숨 쉴 일이 왜 없겠는가? 어제는 아침부터 밤까지 한 번도 못 쉬고 사역을 달렸다. 얼마 눕지 못하고 새벽 강단에 섰더니, 갑자기 어질거리기도 했다. 뭔 쪼그만 교회에 그렇게 일이 많은가 싶겠지만, 원래 집안일과 교회 일은 하려고 마음먹으면 끝도 없다. 더구나 표시도 별로 안 난다.
그래도 웃는다. 웃으려고 마음 먹어서가 아니다. 교우들 앞에서 표정관리 하는 것도 아니다. 힘든 건 사실인데, 가끔 어려운 것도 진실인데 그때 그때마다 웃을 일을 주신다. 오늘도 그랬다. 모임 중간에 카톡이 왔다. 지난 교회에서 함께 사역하시던 권사님이셨다.
“목사님, 처음 오셔서 저와 교구 일 할 때 넘치게 맘과 성의를 다하셨던 것 기억합니다. 저는 그때는 내 평생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행복한 목회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도 바빴다. 힘들었다. 아팠다. 그런데 많이 웃었다. 권사님과 같은 분들과 함께 한 거룩한 행복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목사는 사실 이런 기쁨을 먹으며 산다. 겨울 이기는 봄기운처럼 그렇게 눈물을 지우며 산다.
그래서 교우들에게 꼭 이 말을 하고 싶다. 이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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