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구팬이지만, 국가대표 축구경기는 챙겨보는 편이다. 얼마 전 시작된 아시안컵도 그렇다. 소위 한국축구의 황금세대를 불릴 만큼 역대급 라인업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아시안컵 우승을 위해 뭉쳤다.

유럽리그 선수들이 12명에 달하고, 손흥민, 이강인 같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포진하였다. 외신들은 한국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우승한다면 64년 만에 한을 푸는 것이니, 결코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랐다. 첫 경기 바레인전은 승리했지만 수비가 불안했다. 그리고 요르단과의 경기에서 2-2 무승부, 많이 불안한 경기를 했다. 문제는 마지막 조별리그였다. 말레이시아와의 경기에서 3-3 졸전을 했다. FIFA 순위와 선수구성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패배였다.

결국 축구팬들은 인정해야했다. 우리가 우승 후보가 아니라는 것을... 이후 사우디와의 16강전에서 120분의 혈투 끝에 승부차기 승을 거뒀지만, 결코 기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난 새벽, 호주와의 8강전... 경기에 앞서 상대팀은 우리 팀을 도발했다. “한국팀의 약점은 감독이다.” 사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초기부터 말이 많았다. 전술 부재, 원격 근무, 잦은 외유... 여기에 연이은 졸전까지...

역시 경기는 쉽지 않았다. 호주팀의 촘촘한 수비망을 뚫지 못했다. 더구나 허를 찌를 역습으로 선제점을 내어줬다. 그렇게 90분이 흘렀다. 패색이 짙어졌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1분을 남기고 패널티킥... 연장전에서 불꽃 같은 역전골... 우리가 이겼다.

말도 안 되는 8강전 승리 때문에 대표팀은 별명이 생겼다. 일명 좀비 축구... 죽은 것 같으나 죽지 않고, 끝난 것 같으나 승리하는 알 수 없는 팀이라는 것이다. 별명이 어쨌든 나를 설득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투지"였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그 어려운 일을 우리 팀 선수들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약 같지만 큰 도전이 되었다. 패배주의가 만연한 한국교회가 되찾을 모습이 아닌지... 리더가 모자라도 선수가 투지이면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