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다. 그것도 많이 추웠다. 수도가 얼까 봐 교회 주방에 물을 틀어놨는데도 온수관이 얼었다. 날이 추우면 몸이 춥다. 잔뜩 움츠리고 움직이기가 싫다. 마음 놓고 게을러진다.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마음까지 추워진 걸 알았다. 북극 냉기가 영혼에까지 스며든 것이다.

새벽 5시, 잠에서 깬다. 말씀을 펴고 새벽 강단을 준비한다. ‘오늘은 몇 분이 오실까? 이렇게 추운데...’ 별 기대 없이 아내와 함께 교회로 향했다. 그 자리를 지키시는 사랑스러운 교우들... 갑자기 열이 난다.

예배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한분 한분 얼굴을 떠올리며 기도를 드린다. 목사가 모든 성도들의 소원을 이룰 수는 없으나, 그 바람을 맡겨드릴 수는 있다. 잠시 후 뭔가 모를 뭉클함이 속에서 올라온다. 누구 때문인지... 어떤 일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주님이 주신 마음으로 간절하게 기도했다. 그 마음을 올려드렸다.

집으로 돌아와 다시 말씀 준비를 한다. 실버들에게 전할 하나님의 메시지가 뭘까? 중간중간 잡생각이 떠오른다. ‘추우니까 얼마 오시지 않을 거야.’ 잠시 존다. 눈을 뜬다. 곧 예배시간... 옷을 챙겨입고 다시 교회로 향한다. 예배당 문을 열었다. 새벽부터 난방을 틀어놨는데도 따뜻하지가 않다. 하지만 훈훈하다. 우리 실버들, 많이 모이셨다.

오늘 점심은 팥죽이란다. 2여전도회 어머님들이 준비해주셨다. 한 그릇 뚝딱... 영혼을 녹이는 팥죽... 이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아먹은 에서가 이해될 정도다. “고생하셨어요. 너무 맛있어요. 따뜻하구요.” 진심이었다. 이 추운 날, 이렇게 따뜻한 음식을 먹게 될 줄이야...

언 수도를 녹이고 집으로... 그리고 다시 말씀준비... 좀 힘이 든다. 그래서 가만히 앉았다. ‘주님, 힘들어요. 잠깐 쉴게요.’ 침대를 향해 몸을 던진다. 얼마 후 머릿속에 떠오르는 메시지... 받아적듯 설교문을 채워나갔다. 그리고 다시 교회로... 예배당은 찬양으로 채워졌다. 성도들의 사모함이 느껴진다. 힘을 내어 강단에 선다. 열기가 오른다.

나는 오늘 이렇게 추위를 이겨냈다. 목사 되길 잘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