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목사가 된 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다. 캠퍼스 사역을 시작하게 된 것도, 중국선교를 간 것도, 신학 하기로 마음먹은 것도, 신대원 시험을 통과한 것도, 목사를 중도에 포기하지 않은 것도, 우리 교회에 오기까지 모두 내 능력도 아니었다. 주님께서 하신 일이다.

은혜로 시작해서 은혜로 살고 있다. 사실 나는 목사로써 부족한 점이 매우 많지만, 하나님께서 은혜로 고쳐 쓰고 계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내게 목사로써 자질이 뭐 하나 있지 않겠냐고 묻는다면, 아마 솔직함이라고 답할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솔직하고 싶어서 솔직한 게 아니라, 솔직할 수밖에 없어서 솔직한 것이다.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저주(?)에 가까운 성품이다. 왜냐하면 솔직함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고, 손해도 많이 봤다.

그런데 목사가 솔직하다고 하니 별로 싫어하지 않으셔서, 심지어 좋아하는 분들까지 계셔서, 이거 하나는 쓸만하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하지만 담임이 되고 나서 책임이 늘고 나서 그러기 어려운 상황을 많이 만나고 있다. 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숨겨야 할 때가 많다. 그렇게 해야 덕이 되기 때문이다.(물론 낯빛, 표정을 잘 숨기지 못해 자주 들키지만;;)

문제는 그렇게 한 번 두 번 넘기다 보니 습관이 된다는 것이다.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 데까지 그런다는 것이다. 심지어 하나님 앞에서조차 가끔씩 그러는 것 같아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느낀다. 내 안 속에 꿈틀대고 있는 솔직한 본능을... 아파하고 괴로워한다. 그래서 올해를 시작하며 작은 결심을 했다. “굳이 그러지 말자! 차라리 말을 멈추자!”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는 목사로써 진실하기가 참 어려운 나라다. 대가가 크다. 그래도 하나님께서 나에게서 제일 이쁘게 보시는 것인데... 이걸 포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래서 도움을 구한다. 제가 갑자기 조용해지면 기도해주셨으면 좋겠다. 진실함을 잃지 않도록...